소셜 중화체제, 한국의 대응은?

 

국제스타 싸이의 팬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소셜미디어는? 정답은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시나 웨이보(Sina Weibo, 新浪微博)다. 2013년 10월 현재 시나 웨이보의 싸이 팔로워 수는 약 2,500만 명으로, 천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페이스북이나, 350만 명에도 못 미치는 트위터보다 월등히 많다.

한편 최근 홍콩 증시에서 중국의 소셜 플랫폼 회사 ‘텐센트(Tencent, 腾讯)’의 시가총액이 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작년에 미국 증시에 상장한 세계 최대의 소셜 플랫폼인 페이스북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이번 상반기 총 매출이 45억달러, 이익이 25억달러로, 각각 33억달러와 9억3500만달러에 그친 페이스북보다 훨씬 더 많다. 또한 매출액 이익률, 즉 이익 대비 매출액이 무려 55%에 달하는 알짜기업중의 알짜기업이다.

텐센트는 중국판 카카오톡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위챗(WeChat, 微信)’ 가입자 약 3억명, 온라인메신저 ‘QQ’ 가입자 약 7억명을 거느린 거대한 소셜 제국을 구축하고 있다. 주로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미국 소셜 서비스들과는 달리, 텐센트는 ‘QQ게임스’라는 오픈 온라인게임 플랫폼을 통해 유발되는 매출이 80% 이상이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나 크로스파이어, 그리고 미국의 라이엇 게임즈(Riot Game)가 제작한 세계적인 히트작 리그오브레전드(LOL)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아이템 판매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위챗에 연동된 ‘게임센터’를 오픈하는 등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소셜 플랫폼 서비스들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미 성공한 모델을 빠르게 모방해 중국화하는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입지를 구축했다. 구글을 모방한 바이두, 트위터를 모방한 웨이보, 아마존이나 이베이를 모방한 알리바바 등이 좋은 예이다. 한편 중국은 국가적으로 ‘판호’라 불리는 서비스 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관료들과 두터운 ‘꽌시(關係)’를 가진 자국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판호’를 획득하면서 결과적으로 해외 선진 서비스들의 빠른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등의 글로벌 강자들을 물리치고 텐센트나 바이두, 알리바바 등의 중화권 강자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소셜 상에서도 ‘중화체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과거 ‘중화체제’가 가졌던 특징들이 그대로 재현되면서, 중국 소셜 플랫폼들의 글로벌 확장에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청나라의 건륭황제(乾隆皇帝)는 중국과 거래를 트기 위해 방문한 영국의 매카트니 백작에게 “천자의 나라에는 부족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 내 매출 비중이 매우 높은 이들 기업들도 건륭황제와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텐센트 판 카카오톡인 ‘위챗’ 가입자 3억명 중 해외 사용자는 7천만 명에 불과하다. 2억 5천만 사용자 중 절반 이상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동남아, 라틴권 사용자로 구성되어 있는 NHN재팬의 ‘라인’이나, 1억 1천만명 중 70% 이상이 해외 사용자들로 구성된 카카오톡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정부의 제도적 보호를 통해 강력한 ‘소셜 만리장성’을 구축하고, 그 안에 형성된 거대한 내수시장을 잡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 소셜 플랫폼 기업들도 해외 진출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으나, 각론에서는 인근지역의 정치지도자에 대한 명분상의 우위에 집중하고 국권은 현지 정치세력에 완전히 맡기던 과거 ‘중화체제’처럼,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해서 현지인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의 문화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현지화에 실패하는 케이스가 속출하고 있다. 텐센트가 베트남과 인도에서 겪은 현지화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광대한 내수시장은 중국기업들에게 기회이자 위기요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한국의 경쟁 서비스들이 이러한 빈 틈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자체 서비스 런칭보다는 현지 소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면서 중국 내 유력자들과의 ‘꽌시’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 전반적인 신뢰 수준이 낮은 중국에서는 심지어 온라인 상거래 시, 제품 도착 후 대금을 택배기사에 직접 지불하는 ‘착불 에스크로’ 제도가 있다. 이처럼 ‘소셜 중화’를 구동하고 있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법을 이해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1793년에 건륭황제에게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하지 않아 빈 손으로 귀국했던 매카트니 백작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8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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