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시장을 쪼개지 말자. 마이크로타게팅으로 고객을 개발하자

금주에도 어김없이 시사인 기고문 링크가 풀렸다. 근데 이번주 기고문은 아쉽게도 편집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누락되어버렸다. 아무래도 원문을 공개해야 기고문의 의도가 더 잘 살아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빅데이터와 마이크로타게팅은 여태까지 시장과 고객을 바라보던 몇 가지 대전제들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놓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단면적이라는 환상이다. 과거 전통적 마케팅은 특정 세대, 특정 소득, 특정 성별, 특정 지역에 살면 모두 비슷한 욕구(needs)를 가질 것이라는 전제로, 많게는 고작 몇백 명에서 몇천 명, 적게는 유저 몇 명 인터뷰해서 몇 가지 기준으로 사람들의 욕구를 쪼개고 ideal point에 제품을 우겨넣고, 매스미디어 광고로 밀어내면서 제품을 판매해 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빚내서 명품사는 여대생이나, 하루 종일 알바해서 최신휴대폰 할부금을 근근히 내고, 백억 대 빌딩 펜트하우스에 살면서 전기 아깝다고 선풍기만 틀게 하는 따위의, 인간의 다차원적인 모습을 입체적으로 규명할 수 없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사람들은 다양한 가면(persona)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모수에 가까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빅데이터 시대엔 굳이 샘플링할 필요가 없다. (물론, 아직까지는 예산이 넉넉해야 한다) 대신에, 연상되는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더 나아가 인식의 ‘프레임’을 포착하고, 그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제품을 팔면 된다. 인간의 욕구를 조사할 수 있는 도구는 다양해지고 있고, 측정 방식은 정교해지고 있으며, 분석 시간도 빨라지고 있다.

굳이 가설을 정밀하게 세워서 크게 실패할 필요도 없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A/B 테스트를 하면 된다.

이러한 신세계를 먼저 탐험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 이번 기고문에서 소개한 A2B Korea라는 회사가 그 중 하나다. 이 회사 윤영선 대표님과 트리움정성영님이 멋진 시도를 하셨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의 정성영 님 블로그 글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 vs. 고객을 개발하는 회사

소셜미디어나 모바일앱 등을 토대로 개인화되고 있는 반응성 웹 등은 이러한 추세를 점점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Barack Obama, Suzanne Stern

지난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의 캠페인 매니저였던 짐 메시나(Jim Messina)는 “2012년 선거는 2008년 선거를 구석기시대처럼 보이게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의 호기 어린 발언의 근거는 바로 ‘마이크로타게팅’이라 불리는 데이터 기반(data-driven)의 선거운동 전략이었다.

실제로 오바마 캠프는 약 1억 9천만 명의 유권자들과 관련된 약 1,000여가지의 데이터 항목을 기반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여기에는 유권자 개인의 주소, 전화번호, 사진, 나이, 직업, 인종, 결혼여부, 취미, 과거 지지 후보, 정치후원금 기부내역, 보유 차종, 신용카드 사용액, 물품 구매 내역 등의 오프라인 기반 데이터는 물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유투브 등 소셜미디어 계정 활동을 통해 축적된 각종 개인정보가 포함되었다. 가히 ‘빅데이터’라 할 만하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컴퓨터공학, 언어학, 통계학, 수학, 물리학, 사회심리학 등 다양한 전문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약 240개의 유권자 설득 스토리들을 만들어 냈고, 이 스토리를 특정 그룹의 유권자들에게 전달해 후원금 모집액을 비교하는 A/B테스트를 연쇄적으로 시행해 이메일로만 6억 9천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때 발송된 메일 내용을 보면, 같은 가족구성원 내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딸에게 전달된 내용이 모두 달랐다고 한다. 지역이나 세대, 가구 단위로 덩어리 지어 분석하던 기존 데이터분석을 ‘석기시대’의 것으로 일축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고 영리한 분석이었다.

이러한 세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출된 중간층(swing voter)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집중한 결과, 경합주 9개 중 8개를 오바마가 싹쓸이하며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한다. 그리고 오바마 캠프 데이터 분석팀 출신들은 영미권의 주요 기업들에서 스카우트 1순위로 떠올랐다.

기존의 마케팅 기법은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전략, 즉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로 대표되는 마케팅 믹스를 시장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표적시장 별로 재 조합해 배분하는 포지셔닝 전략이 주를 이뤘다. 대형 할인마트라는 채널(Place)을 통해 저가(Price)의 양산형 제품(Product)을 할인쿠폰 행사를 통해(Promotion) 서민들 대상으로(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판매하는 식이다.

이러한 전략에는 인간이 비슷한 조건 하에서 비슷한 욕구(needs)를 가지게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의 배경엔 시장조사 수행상의 제약조건들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가 적었으며, 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최소 몇 달 이상을 써야 했다. 오바마 캠프처럼 1억 9천만 명에 대한 1,000여 개의 데이터 값을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급의 컴퓨터 인프라를 갖추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몇 백에서 몇 천의 표본을 특정 기준에 맞춰 추출해 수행하는 정량조사(quantitative research)나, 중요한 인물들 몇 명씩을 뽑아 인터뷰를 진행하는 정성조사(qualitative research)가 시장조사를 위한 몇 안 되는 대안의 전부였다. STP 전략을 위시한 기존 마케팅 패러다임은 이러한 한계 속에서 배태되었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명품이나 고가의 휴대폰에 오히려 더 열광하고 부유층이 오히려 저가 상품을 선호하는 따위의, 역설적이고 다차원적인 인간 욕구의 고차방정식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대안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마이크로타게팅 기법이 떠오르고 있으며, 생각보다 꽤 가깝게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이미 페이스북은 마이크로타게팅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A2B Korea라는 전기자전거 수입 업체는 이를 활용해 창업 첫 달 만에 4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3개월 만에 2차, 3차, 4차 예약판매까지 조기 종료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회사가 판매하는 전기자전거는 한 대에 최소 15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자전거였고, 따로 판로를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페이스북 타게팅 광고 만으로 거둔 성과다.

이들은 고객개발워크숍을 통해 전기자전거 구매에 흥미를 느낄 만한 퍼소나(persona) 4개를 추출하고, 페이스북 타게팅 광고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옵션들(성별, 연령, 거주지, 좋아하는 운동, 좋아하는 음악, 종교, 사용하는 모바일 디바이스 등)을 적용해 각 퍼소나의 클릭율(CTR)을 비교 측정하는 일종의 A/B 테스트를 시행했다. 그 결과, 애플 제품과 외제차를 좋아하는 고액 연봉의 전문직 종사 30대 싱글 남자 퍼소나 그룹에서 잭팟이 터졌다.

불확실하고 부정확한 시장 조각(Segment)에 자원을 투여하는 대신, 빅데이터 기반으로 퍼소나에 대한 가설 몇 개를 구축해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는 마이크로타게팅은 장차 만개하게 될 ‘스마트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의 서막을 연 것에 불과하다. 눈치 빠른 마케터들은 벌써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변화는 빨라지고 있고,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8274

더 이상 시장을 쪼개지 말자. 마이크로타게팅으로 고객을 개발하자”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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