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버스의 비밀, 데이터의 벽을 허물수록 가치는 커진다

어김없이 공개된 금주 시사인 기고문.

이 글에 대한 소셜 반응을 보니 빅데이터 이야기와 데이터베이스 이야기가 혼재되어있다는 피드백도 있던데, 이는 매우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빅데이터 담론의 현 주소이기도 하다.

데이터 간의 장벽을 허물면 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그것을 할 수 있는 건 사람이다. 그리고 조직간의 신뢰다.

이런 신뢰를 꾸준히 축적해갈 수 있는 파트너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이길 수 있도록 :)

 


 

빅데이터를 미래의 원유라고 한다. 원유를 가공해서 수많은 물질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듯이, 빅데이터도 데이터 수집시의 용도뿐 아니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용도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원유에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원유 정제 과정에서의 배합에 주목해야 하듯, 빅데이터에서 새로운 가치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이질적인 데이터 집합 간의 배합, 즉 ‘매시업(mash up)’에 주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부수적 가치가 당초에 특정 데이터를 수집할 때 기대했던 가치보다 커질 수 있다. 꼬리가 몸통을 더욱 잘 흔들면 흔들수록, 좋은 빅데이터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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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국내에서 이질적인 데이터 간의 매시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가장 좋은 사례는 서울시 ‘심야버스’일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을 주요 버스정류장 중심으로 반경 1km의 헥사 셀 1,250여 개로 나누고, KT에서 제공받은 2013년 3월 한달 동안의 가입자 심야 통화 기지국 위치 데이터 약 30억 건과 가입자 청구지 주소 데이터, 그리고 스마트카드를 통한 택시 승하차 정보 1주일치 데이터를 확보한 후, 여기에 노선 부근 유동인구 가중치를 계산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금년 4월부터 2개의 심야버스 노선이 시범 운영되었고, 설문조사 결과 서비스 만족도가 80.15점, 서비스 확대 요구가 88.4%에 달하는 등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금년 9월 12일부터 9개 노선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서울시의 ‘심야버스’ 사례는, 내부 데이터는 물론이고 외부 기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데그치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을 잘 조율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호평 받을 만하다. 기업이나 기관들 간에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같은 기업이나 기관 내에서조차도 부서들 사이의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심야버스 도입은 택시기사들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상충될 수 있는 사안이므로 고도의 정치 행위가 수반되어야 한다. 심야버스 도입과 택시기본요금 인상이 맞물린 것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빅데이터 활용 활성화는 매시업에 달려있고, 매시업 활성화의 키(key)는 정부가 쥐고 있다. 기업들은 조직간 데이터 공유의 벽을 허무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매출과 이익, 고객 확보와 직결될 수 있고, 심지어는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데이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조율하는 유능한 정치가와 행정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데이터 공개에 소극적이던 미국은, 오바마가 취임 첫날 연방 기구 수장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부데이터를 개방하라”고 지시한 이래 ‘열린 정부’를 주도하는 국가가 됐다. 2013년 11월 현재 data.gov에 축적된 미국 정부의 224개 기관이 제공한 약 9만개 데이터 집합(set)으로 늘어났다. 영국은 www(world wide web)을 처음으로 고안하는 등 고도의 상징자본을 가지고 있는 인터넷의 아버지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가 ‘오픈 데이터 연구소(Open Data Institute)’를 통해 공공정보 개방을 이끌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람들이 할 일은 더욱 더 고도화된다. 인사이트는 데이터 안에 묻혀있지만,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이는 비단 분석 인사이트 발굴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과 조직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들 사이의 연결을 적극 추진할 유능한 정치가와 행정가의 활약이 절실하다. 우리 정부가 구축한 공공데이터 포털(data.go.kr)에 올라온 데이터 집합 수는 아직 2,461건뿐이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8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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