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코끼리를 막는가? 열린 데이터와 그 적들

빅데이터는 코끼리와 같다. 방대한 데이터들을 따로 쪼개서 보면 전체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찾아낼 수 있는 가치들이 숨어버린다. 코와 상아를 붙이고 몸통도 연결하고 다리도 붙이고 귀와 꼬리도 붙여야 비로소 코끼리가 되듯, 이질적인 데이터 집합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더 나아가 인과관계와 이면의 맥락까지도 함께 파악해야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빅데이터 분석의 기반이 되는 하둡(hadoop, High-Availability Distributed Object-Oriented Platform)의 상징은 코끼리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정보나 세부 데이터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 사이에 공개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바람직하다. 다수의 수요자와 다수의 공급자가 정보비대칭 없이 해당 정보와 관련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보가 불균형하게 분배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자원의 분배가 왜곡되기 쉽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떼돈을 벌거나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원불균형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 빅데이터 분석의 실질적인 편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을 예로 들어 보자.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이 제공하는 부동산 섹션에는 각 매물의 세부 정보와 호가가 표시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검색을 통해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하다가 괜찮은 매물이라고 판단되면 매물을 올린 부동산에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확인을 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 부동산들에 연락해 보면 매물이 나갔다고 하거나, 주인이 호가를 올렸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미끼매물, 허위매물이라 불리는 것들이다.

허위매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호가 및 실거래가를 투명하게 조회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구매자들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구현하는 과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관련 정보가 불균등하게 배분된 상황이 매도자와 부동산 중계업소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부동산들 사이에서의 매물 공유도 줄어드는 추세다. 부동산 불황 땐 업소간에 매물을 공유하지 않고 매수자와 매도자에게 중계수수료를 모두 챙겨야 개별 업소의 이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방으로 갈수록, 그리고 토지와 같이 거래정보가 극도로 불투명한 매물일수록 심해진다. 토지거래는 정보비대칭성을 활용해 지방 토호들이 목돈을 만드는 전가의 도구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정보 비대칭으로 얻는 편익이 정보를 공유했을 때 얻는 편익보다 적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면 정보 유통량이 증가하면서 거래건수가 늘어날 수 있고, 개별 행위자들의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신뢰, 더 나아가 풍부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축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뿐 아니라 모든 참여자들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확신, 그리고 투명하지 않은 정보를 공개하면 막대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한 각종 제도와 프로토콜의 정비는 필수다.

솔루션을 도입하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정보를 널리 공개하는 것이 더 큰 편익을 가져오도록, 공동의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데이터의 ‘공유지’를 만들어야 한다. 넓고 풍요로운 데이터의 초지에 더 많은 코끼리들이 풀을 뜯게 하자.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8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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