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대안 통화가 될 수 있을까?

 

최근 비트코인이 화제를 끌고 있다. P2P 방식으로 생성되고 유통되는 가상의 화폐인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에 일본의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인물이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 개입 없이 알고리즘 만으로 통화량이 조정된다. 통화량이 많아지면 ‘채굴’ 알고리즘이 더 복잡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발행량이 감소한다.

비트코인이 세계적으로 처음 주목을 끌었던 것은 키프로스 금융위기 때다. 키프로스 정부가 모든 은행의 고액 예금 계좌를 최고 40%까지 강제 징수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부유층들이 비트코인을 대거 구매했고, 그 직후 독일 재무부는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인정했다. 특히 지난달 벤 버냉키 전 미 연준 의장과 미틸리 라만 미 법무부 차관보 등이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대해 연달아 긍정적으로 언급하고, 미 선거위원회(FEC)가 연방 선거 후원금으로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실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 비트코인은 우리 돈으로 500원이었으나, 1년 전에는 1만원으로, 1달 전에 20만원까지, 금년 12월 들어서는 최고가 170만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아마존 등 미국 주요 사이트들에선 비트코인으로 상품도 구매할 수 있으며, 중국에서는 관련 업체가 주식시장에 상장되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신용화폐다. 금화나 은화와 달리 그 자체의 사용가치나 교환가치가 없고, 오로지 사람들의 ‘믿음’을 통해 통화의 가치를 부여받는다. 금본위제 폐지 이후 모든 화폐의 근간이 발행국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되었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우리시대 화폐의 정의에 부합한다.

비트코인 열풍은 여러 면에서 17세기 튤립파동과 비슷하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 알뿌리 하나를 구하려면 집 한 채 가격, 혹은 숙련된 장인의 연간 소득 10배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심지어는 알뿌리가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권에 웃돈을 붙여 거래됐다. 가격이 계속 오를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 믿음은 오래가지 않아 무너졌다. 1637년 2월부터 갑자기 튤립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수집가들 외에 실질적인 사용가치를 느끼기 어려웠기 때문에 어느 시점부터 사람들이 튤립을 사려하지 않았고 튤립 보유자들은 투매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파산자가 속출했다.

튤립을 비롯한 과거의 수많은 자산거품 사례들은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더군다나 투기자본과 함께 해커들의 비트코인 해킹 등이 이어진다면, 실제 사용가치가 없는 비트코인은 튤립처럼 빠르게 버블의 정점에 이르렀다가 폭락할 수 있다.

위안화와 유로화, 엔화가 정치경제적 이유로 달러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은 비트코인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트코인의 가치와 미래를 불투명하게 한다. 가치의 안정성은 기축통화가 반드시 가져야 할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미 비트코인은 몇 차례 대폭등과 대폭락을 거쳤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온다. 어제 가격과 오늘 가격이 다른 화폐로는 그 누구도 거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결국 비트코인의 미래는 ‘신뢰’의 확보에 달려있다. 게임머니 등 여타 사이버머니가 그렇듯 다른 통화와의 태환(exchange) 가능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알고리즘이 관리한다고 하지만, 통화량을 조정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믿을만한 전문가들의 개입도 필요하다.

컴퓨터 안에 잠자는 황금 비트코인, 황금을 황금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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