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갈라파고스의 붕괴: 서비스의 문화적 경계가 무너진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외국 IT업체들의 무덤이었다. 전 세계를 호령하던 검색엔진 야후와 구글이 네이버와 다음에 밀렸고, MSN 메신저는 네이트온과 버디버디에, 마이스페이스는 싸이월드에 각각 압도되었다. 세계적인 동영상사이트 유투브는 판도라TV와 아프리카에 밀려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세계 최대 커머스 업체인 이베이는 정면승부를 시도하다가 결국 토종 오픈마켓인 옥션과 지마켓을 구매해버렸고, 아마존은 한국 시장에 차마 진출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서양의 문화적 맥락 차이를 지적했다. 간단 명료한 것을 좋아하는 서양사람들과 달리, 한국 사람들은 ‘비빔밥’처럼 다양한 정보들을 한 번에 몰아서 소비하는 ‘포털형’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양사람들은 최신 정보를 최대한 빨리 받아보길 원하기 때문에 외산 서비스들이 주로 최신 정보를 위로부터 차근차근 쌓아주는 방식으로 설계된 반면, 한국 사람들은 옛 추억들을 모으기 좋아하기 때문에 댓글 등의 형태로 아래에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리적 단절로 생물 종 자체가 완전히 다르게 진화해버린 갈라파고스제도에 빗대어 한국을 ‘IT 갈라파고스’라고 불렀다.

하지만 2014년 상황을 보면 몇 년 전과 사뭇 달라지고 있다. 네이버의 월간 순방문자 수는 구글에 거의 따라 잡혔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13년 9월 기준으로 네이버의 월간 순 방문자(UV)는 3,125만 명, 구글은 3,020만 명이었다. 부동의 2위 자리를 지키던 다음은 2,711만 명을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나버렸다. 물론 구글 순방문자는 구글 검색과 유투브를 합산한 것이라고 하지만, 타 포털 서비스들이 대부분 동영상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국내 검색시장 순방문자 2위가 구글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다. SNS 분야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치고 올라오는 사이, 부동의 1위였던 싸이월드는 사용자가 급격히 이탈하면서 급기야 모기업인 SK컴즈에서 분사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 열풍 이후 유투브는 국내 서비스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급격하게 확장했다. 커머스 분야에서 옥션, 지마켓 등 오픈마켓 분야에서는 이베이가, 소셜커머스에서는 티몬을 인수한 그루폰이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으며, 곧 아마존도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IT 갈라파고스’라는 한국에 외산 서비스들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글의 성장세를 보면 답이 나온다. 구글 월간 순방문자는 2006년에 686만 명 수준이었고, 2009년에도 국내 웹 전체에서 50위 권 내외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모바일 검색이 급증하면서 순방문자 36위를 기록하더니, 2011년에 8위, 2012년에 3위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등장이 반전의 분기점이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의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서비스 사용시 문화적 차이의 문턱을 현격히 낮췄다. 밑으로 스크롤하거나 스와이프하고, 홈키나 메뉴키를 누르거나 화면을 터치하는 것이 스마트폰 사용법의 거의 전부다. 문화적 맥락 차이가 개입될 여지가 축소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출시되고 있는 국내외 서비스들의 유저 인터페이스 등 디자인적 요소는 거의 대부분 유사해지고 있다. 무너져가는 문화적 경계의 마지막 보루인 ‘언어’마저 각종 번역 서비스들로 인해 무너지게 되면 사실상 전세계 모든 IT업체들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다.

무너진 경계를 넘나드는 초국적 서비스들 사이에서 토종 서비스가 생존하는 법 또한 명쾌해졌다. 문화적 맥락보다, 인간 본연의 욕구와 가치에 천착하는 것이다. 국내보다 국외를 겨냥하고 당찬 행보를 보이고 있는 라인과 카카오톡이 그 선두에 서 있다. 글로벌 서비스들에 무너져 내리는 안마당을 넋 놓고 바라보는 대신, IT 세계의 세계적 공진화 과정을 주도할 패기 있는 토종서비스를 기대해 본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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