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감시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몇 년 전 한 방송사 메인 뉴스에서 개인이 하루 동안에 CCTV에 몇 번 노출되는지를 밀착 취재했던 적이 있었다. 그 결과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CCTV에 110회 이상 노출되고 있었으며, 그 중에서 CCTV에 찍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우는 20회 정도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블랙박스를 설치한 차량이 늘면서, 내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동선이 어딘가에 찍히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몇 카드사에서의 대규모 유출, 그리고 그 이전에 일어났던 수 차례의 개인정보유출로 거의 모든 한국인의 개인정보가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개인의 위치정보나 지인 연락처, 일정, 주고받은 통화내역과 메시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백도어’ 앱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일마다 날라오는 스미싱 문자와 스팸 전화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스토피아적인 ‘초 감시사회’를 상상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작년 한 해 미국과 유럽을 뜨겁게 달군 미 NSA의 글로벌 감시시스템 ‘프리즘(PRISM)’과, 이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유명세는 ‘감시’받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공포와 불편한 감정이 얼마나 큰지 말해준다. CCTV나 스마트폰은 마치 1949년에 출간된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실크스크린’을 연상시킨다. 실크스크린은 시청각을 활용한 쌍방향 소통 장치로, 권력자들이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이러한 현대 사회 상황을 소수의 권력자가 다수의 대중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규율사회’로 정의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곰곰히 뜯어 보자. 정말 우리가 매일 그렇게 빡빡한 감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오히려 정 반대의 상황도 꽤 많다.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내에 CCTV를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구청에 제기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치안 강화 및 집값 상승 등의 목적에서다. 또 지하철 승차 과정을 생각해보자. CCTV에 찍히고 있긴 하지만 감시자가 상시 있는 것도 아니고, 위반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이 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 교통카드를 찍으면 이용 내역 등의 세부 정보가 어딘가에 저장되지만, 승차권을 따로 구매해서 개표원에게 주거나 개찰구에 넣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하다. 수많은 이벤트 사이트들과 리워드 어플리케이션이 제공하는 불과 몇 백원의 보상에, 우리는 너무도 쉽게 개인정보를 포기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편하고,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현대사상가 아즈마 히로키는 푸코적 관점의 “규율훈련적 권력”이 근대의 산물이며, 정보화시대로 넘어오면서 감시의 주체를 “환경관리형 권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옳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특정 이데올로기에 맞지 않는 사람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비교적 규범적이고 인격이 개입되는 권력이었다면, 정보화사회에서는 개인정보가 권력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저절로 입력되고, 피지배자도 별 거부감 없이 개인정보를 곳곳에 뿌리고 다니는 시대라는 것이다. 거부감이 적은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나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문제시해야 하는 상황은, 나의 정보를 위탁한 용도와 목적을 벗어나 부당하게 감시하거나 악용하려는 세력을 견제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보를 잘 관리하지 못해 유출시키거나, 이를 악용해 이익을 보는 기업, 조직, 세력이 ‘패가망신’하는 역사적 경험이 누적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보 악용 시 얻을 수 있는 편익보다 이러한 사실이 대중들 사이에서 공개되어 입게 될 비용과 리스크가 압도적으로 커지고, 올바르게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힘 있는 사람들에게도 ‘합리적 선택’이 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적 힘일 것이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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