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의 ‘닭과 달걀’ 딜레마

캡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본 질문이겠지만
쉽게 들은 만큼 쉽게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다.
닭이 있어야 달걀이 태어나고, 달걀이 있어야 닭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플랫폼 비즈니스들도 비슷한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돈을 먼저 벌 것인가, 사용자를 먼저 많이 늘릴 것인가.
사용자가 늘어나서 트래픽이 급증하더라도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회사가 망해버리면
애써 모은 사용자도 무용지물이다.
달걀 많이 낳으려다가 닭을 잡아버린 꼴이다.

많은 회사들이

  • 부화 안 된 달걀 상태로 깨져버리거나 (트래픽을 못 모아 망하거나
  • 달걀이 닭으로 못 자라거나 (수익을 못 내다가)
  • 닭 상태로 알을 못 낳은 채 굶어죽거나 (수익만 내다가 고객을 확보 못해 망하거나)
  • 삐쩍 마른 채로 헐값에 팔려 잡아먹힌다. (제 값 못 받고 팔린다)

이런 류의 회사들이 살 길은 사실상

  1. 투자를 받아 버티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거나
  2. 투자 안 받고도 용케 수익모델을 만들거나

이 두 가지밖에 없지 않나 싶다.

1번의 난이도는 중상 정도?
요즘 시중에 돈이 꽤 풀려, 투자 받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는 하지만
LP들에게 7년 이내에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벤처캐피탈의 속성 상
쉽게 투자회사를 골라서 돈을 뿌리기 어렵다.
용케 투자를 받더라도, 수익성 개선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돈 다 말리고나서 회사는 망하고, 구성원들은 흩어지기 쉽다.

2번의 난이도는 최상이라 할 만하다.
요즘처럼 온라인 공간이 거의 무료로 열려있고
왠만한 정보가 사방천지에 공개되어 있는 상황에서
모든 고객이 돈을 내게 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테크로 들어서게 되면 ‘용역’질을 피하기 매우 어려워지고
생존을 위해 이것 저것 잡식성으로 먹어치우다가
본디 회사설립 목적과 플랫폼비즈니스의 본질은 흐려지고,
결국 어느 시점에는 병에 걸려 죽는 닭이 되기 쉬운 것 같다.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답은 ‘고객 차별화‘에 있지 않을까?
무료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와 비용을
유료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와 비용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번 주에 링크로 풀린 시사인 기고문에 다 다루지 못한 부분이 많은데
data-driven’, ‘코호트분석’, ‘Funnel Analysis’, ‘Lean Start-up‘ 등
최근 유행하는 단어들이 관통하는 것들은 결국

  • 내 고객들 중에서 트래픽을 모아오는 고객들이 누구고 얼마나 되는지 확인
  • 그들 중에 돈 되는 고객으로 얼마나 넘어가는지 ‘체를 치는 것
  • 그리고 각 단계의 ‘체’를 좀 더 성기게 해서 수익성을 높이는

 으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용자 행동기반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기고문 마지막이 너무 후루룩 마무리된 듯하여 부연을 붙여본다 :)

 


 

 

송고한 원문 + 추가 코멘트 반영본

지난 5월 말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발표되었다. 외형상으로는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형태였지만,
양사에 대한 가치 평가와 향후 조정될 지분율 등을 보면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면서 주식시장에 우회상장한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방위에서 네이버에 밀리며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한국 인터넷 역사의 산 증인 다음이, 무료 메시지 어플로 불과 몇 년 전에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에 흡수된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한 다음은 양호한 편이다. 국내 최대의 무료 커뮤니티 플랫폼이었던 프리챌, SNS라는 용어를 유행시키며, 싸이질, 디카 등 다양한 사회 현상의 진원지가 되었던 싸이월드, 국내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던 네이트온, 국내 최대 채팅 서비스였던 스카이러브, 온라인 동창회를 표방했던 아이러브스쿨 등, 한때 국내 인터넷을 지배하다시피 했으나 지금은 역사의 그늘로 사라져 버린 서비스들은 너무도 많다.

이들은 모두 서비스 플랫폼을 지향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플랫폼이란 특정한 서비스 틀(component)에 부여된 운영규칙(rule) 내에서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성, 유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말한다. 네트워크의 크기가 커질 수록 해당 플랫폼의 가치는 커진다. (맷캘프 법칙)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이용자나 이해관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플랫폼 유지 및 보수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특히나 웹이나 모바일에 기반한 플랫폼 비즈니스들은 초반에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다음이 국내 이메일 최강자 지위를 내어줘야 했던 ‘온라인우표제’ 도입이나, 프리챌이 싸이월드의 도전에 허무하게 무너졌던 ‘커뮤니티유료화’는,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마셔야 했던 독배였을 것이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맞닥뜨리게 되는 이러한 딜레마를 ‘닭 – 달걀 딜레마’라고 한다. 더많은 닭을 낳기 위해 달걀을 부화시켜야 할까, 아니면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달걀을 먹어야 할까?

다시 말해

  •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여 플랫폼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게 옳을까,
  • 아니면 서비스 가치가 희생되는 한이 있더라도 현재 사용자들 내에서 최대한 수익을 창출해 서비스를 유지해야 할까? 

이 질문에서 자유로운 플랫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당장 달걀(수익)을 먹기보다, 더많은 닭(가치)을 얻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외부 투자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도 모두 이러한 방법을 통해 초반의 배고픔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고객차별화’다. (참고링크. 영문의 압박…) 서비스 이용료를 과금하는 ‘과금사용자(money-side user)’와, 이들이 지불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며 플랫폼 가치를 높여 가는데 기여하는 ‘수혜사용자(subsidy-side user)’를 분리하는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세계적인 서비스 플랫폼들은 기업 고객으로부터 광고를 받아 일반 사용자들의 무료 사용을 돕는다. 이 경우 기업고객은 ‘과금사용자’이고,
일반인들은 ‘수혜사용자’가 된다.

이때, 기존에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치를 희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페이스북은 오가닉 리치 즉, 페이지 포스팅을 페이지 팬들의 뉴스피드에 노출해주는 포스팅의 비율을 작년 16%에서 최근 2% 대로 점차 줄이면서 기업 등의 ‘과금사용자’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사고 있다. 광고로 팬을 아무리 늘리더라도, 최악의 경우, 그렇게 돈을 태워서 늘린 팬의 고작 2%에게 브랜드 메시지가 도달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이는 광고의 범람에 대한 ‘수혜사용자’들의 반발에 대한 대응이면서, 주식시장 상장 이후 주주들의 수익성 증대 요구를 수용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가닉 리치가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결국 포스팅 광고를 집행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덕분에 페이스북의 수익성은 극적으로 개선되었으나, 광고 효과가 적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페이스북 탈출 전략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과금사용자들의 핵심 가치가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사전에 광고비를 많이 낸 사이트를 검색 상위에 노출 시키면서 검색의 질을 희생시킨다. 반면 사후 검색결과에 따라 광고비를 차등 과금하는 구글은 검색의 질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더 큰 수익을 거둔다. (참고: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 (NAVER))

반면, 흥하는 게임은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과금 사용자를 돋보이게 하되, 일반 수혜사용자들이 소위 ‘현질(유료결제)’에 대해 느끼는 위화감이 게임 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절묘하게 운영한다.

먹을 달걀과 키울 달걀을 잘 고르는, 즉 고객 차별화를 잘 하는 플랫폼이 이긴다. 그리고 이 과정에 쓰일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데이터다. 고객 행동 데이터 등, 데이터 기반의 고객 특성 파악, 선택과 집중, 그리고 현명한 운영이 미래의 플랫폼 승자를 결정할 것이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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