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 펠레의 저주를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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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계의 악명 높은 저주 중 하나인 ‘펠레의 저주’가 드디어 깨졌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펠레가 우승 후보로 언급한 브라질, 스페인, 독일 중에서 우승팀이 나온 것이다.

요하임 뢰브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 독일 축구협회의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 내 귀화 선수 발탁 등 여러 가지 성공 요인들이 꼽히고 있으나, 그 중 이전 월드컵 우승팀들의 우승요인으로 언급되지 않았던 결정적 요인이 하나 있다. 바로 경기장 내 행동기반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 및 활용이다.

독일 축구대표팀은 자국의 데이터분석 솔루션 회사 SAP의 ‘매치 인사이트’를 활용해, 선수들의 무릎 및 어깨에 부착된 센서와 경기장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선수의 운동량, 심박수, 이동 방향, 순간속도, 슈팅 동작, 이동 거리 등을 포착한 후 포괄적으로 분석해 전술 수립에 적극 참조했다. 센서 1개가 1분 동안 생성하는 데이터는 총 1만 2천여 건, 90분 경기를 다 뛰고 나면 한 선수당 432만여 건의 데이터가, 팀 전체로는 약 4968만 여 건의 데이터가 생성되었다고 한다.

특히 독일 팀은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 후 코치 및 선수들에게 빠르게 피드백 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이를 중요한 경기 때 실제로 활용했다. 특히 경기 도중에 각 포지션 별 선수들의 장단점, 상대팀 선수의 특징, 전술의 효과성 등이 분석되어 감독과 코치들의 태블릿PC로 전송되었다고 한다. 전송된 데이터는 독일 팀의 전술 의사결정에 직접 반영되었다. 인기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풋볼매니저’의 현실화인 셈이다.

전통적으로 스포츠 팀 감독의 자리는 팀 및 경기 운영에 대한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권위의 경연장이었다. 감독들이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독일 팀처럼 실시간으로 경기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감독들은 자신의 과거 경험, 소위 ‘통박’에 바탕을 둔 전술과 리더십으로 팀을 꾸려갈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명장이라 불리던 감독들이 큰 경기에서 어이없게 패배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아마도 그 까닭은 그들의 경험과 연륜이 상대팀의 변화무쌍한 전략 전술에 상시 대응해 유기적으로 변용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적인 통계 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그의 저서 ‘신호와 소음’에서 두 가지 유형의 전문가를 꼽는다. 경험과 거대담론의 힘을 빌어 미래를 예단하는 ‘고슴도치형’ 전문가와, 데이터와 확률에 기반해 미래에 대한 예측을 끊임없이 수정해가는 ‘여우형’ 전문가다. 전자의 경우는 예측이 시원시원하지만, 타율은 50%에 불과하다. 하지만 후자는 확률을 섣불리 예단하지 않고, 시간과 공간 등 각종 조건의 변화를 감안해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한 후, 이를 통해 확률을 재계산하고 가중치를 부여하면서 매우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놓는다. 후자의 대표주자인 네이트 실버는 지난 2008년 미 대선에서 50개 주 중 인디애나 주를 제외한 49개 주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고, 상원 당선자 35명 전원을 맞췄으며, 모두가 박빙을 이야기하던 2012년 대선에선 오바마의 낙승을 예측해 적중시켰다.

데이터 분석의 예리한 칼날이 악명 높던 펠레의 저주까지 깨뜨렸다. 시니어의 연륜과 경험이 구축한, 고슴도치처럼 날카로운 ‘해석의 권위’가, 여우처럼 약삭빠르게 실시간으로 누적되는 무색무취의 대용량 데이터에게 점차 넘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의사결정 대신 리더의 권위나 ‘통박’으로 결정하는 기업 및 조직은, 안방에서 참패를 당한 브라질 스콜라리 감독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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