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코리아, 큰 길에 문이 많구나(大道多門)

(EPA=연합뉴스) 사람들이 1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5를 사기 위해 상점 밖까지 줄 서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등 6개 대륙 125개국에서 갤럭시S5를 동시 출시했다. (끝) epa04163063 People stand in line outside a store during the launch of the new Samsung Galaxy S5 in Rotterdam, The Netherlands, 11 April 2014.  EPA/REMKO DE WAAL

오랜만에 방문한 유럽은 삼성 휴대폰과 셀카봉 천지였다. 특히 삼성 휴대폰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들의 80% 이상이 삼성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현지인들은 삼성의 나라에서 아이폰을 들고 온 필자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린 아이폰 별로 안 좋아해요. 삼성 폰 만한 게 없죠”

투블럭 컷 헤어스타일에 스냅백을 머리에 눌러쓴 한국 젊은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셀카봉을 손에 들고 셀카를 찍으며 유럽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셀카봉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한 프랑스 부인의 말이 생각난다. “한국사람들이 만든 건가요? 역시 한국이네요!”

한때 워크맨과 TV, 디지털카메라 등 일본산 첨단 IT기기가 전세계를 제패하던 시절에 일본인을 바라보던 외국인들의 시선이 그러했을까? 스마트폰, TV, 냉장고, 에어컨 등 국내 전자제품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IT 코리아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 보였다.

지하철만 내려가도 3G 신호가 약해지는 유럽 대도시들의 인프라 상황을 고려할 때, 지하철 안에서 재미있는 유투브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DMB로 야구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들 도시들에서 3G로 모바일 인터넷에 접속할 때의 체감 속도는 우리나라에서 2007년경에 피쳐폰으로 웹브라우저를 구동할 때의 속도와 비슷했다. 몇 년 전 방문했을 때에 비해 다를 바 없는 인프라 여건이었다.

하지만 한국이 더 좋은 IT 제품을 만들고, 더 나은 인프라 상황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유럽보다 많이 앞서나가고 있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몇 년 사이에 유럽 웬만한 도시의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도입하고 있던 맛집어플 옐프(yelp)와 여행정보어플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er)가 좋은 예다. 지도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장소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이 직접 남긴 별점과 사진, 리뷰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들은 한국에도 많지만, 블로그와 이들 블로그를 검색결과 상위에 노출시키는 포털들로 인해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이러한 제약이 적은 구글이 검색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이러한 외부 서비스들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고, 업주들도 활용에 더 적극적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결제 분야다. 스마트폰이나 패드에 카드리더기를 붙여 곧바로 결제할 수 있는 페이웨어(PAYware)나 스퀘어(Square) 등의 신종 결제기기를 활용하는 매장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고, 웬만한 관광 명소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모바일 바우처로도 입장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웹 브라우저에 접속해 곧바로 결제를 할 수 있다 보니, 대기열이 긴 곳에선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구매해 빠르게 입장하는 꼼수를 쓸 수 있었다. 모바일 웹 브라우저에서 액티브엑스를 통한 PG의 결제창이나 추가 앱 설치를 권하는 팝업창이 뜨는 한국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유럽의 IT 환경에는 제약이 많지만,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가 만나기까지의 경로 상에 장애물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길은 좁았지만 거쳐가야 할 문은 적었다. 반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과 인프라를 갖추었지만, 액티브엑스와 폐쇄적인 포털, 그리고 통제를 원하는 정부가 있다. 길은 크고 넓지만 거쳐가야 할 문들이 너무 많은 셈이다. 길을 넓히는 게 쉬울까, 문을 치우는 게 쉬울까? IT 코리아의 미래를 위해 정부 및 관련 업계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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