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돌연사 하는 개복치, 소셜에서 강하게 살아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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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경, 트위터 트렌드에 ‘개복치’라는 단어가 갑자기 등장했다. 복어목 개복치과의 물고기, 학명은 몰라몰라(Mola Mola), 하루에 고작 20건 정도 소소하게 언급되던 단어다. 함께 포스팅 되는 이미지들은 386 컴퓨터 시절 VGA 그래픽카드 느낌의, 도트가 하나하나 보이는 게임 캡쳐 화면이었고, ‘돌연사’ 혹은 ‘착수 시의 충격’ 따위의 다소 뜬금 없어 보이는 코멘트가 같이 붙어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다음날 트위터를 체크해 보니, 전날 봤던 ‘개복치’ 뿐 아니라 ‘돌연사’, ‘착수 시의 충격’도 트위터 트렌드에 포함되어 있었다. 버즈량을 체크해 보니 하루 4만 건, 대선이나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이슈가 터졌을 때나 볼 수 있는 버즈량이었다. 곧바로 스마트폰을 켜고 게임을 다운받았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24대 째 개복치를 3,000kg 정도까지 살찌워 키우고 있다.

“살아남아라! 개복치(Survive! Mola Mola!, 이하 “개복치”)!”라는 이름의 이 스마트폰 게임은 이름 있는 개발사나 퍼블리셔 없이도 지난 11월 9일 국내 애플 앱스토어 8위, 게임분야 1위를 기록했다. 기라성 같은 게임들이 건곤일척을 벌이고 있는 구글플레이 마켓에서도 지난 11월 11일 기준으로 게임분야 2위를 달성했다. 요새 웬만한 게임들은 다 쓴다는 화려한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 엔진을 쓰지도 않았고, 20년 전 PC나 10년 전 피쳐폰에서 돌아갈 것 같은 레트로한 느낌의 그래픽과 BGM이 전부다. 조작법도 간단해서, 랜덤 출현하는 먹이들을 계속 터치해서 먹기만 하면 된다.

흥행의 비결은 소셜에 있었다. ‘착수시의 충격’은 개복치가 돌연사 하는 첫 번째 이유다. 돌연사 이유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공유하면, 피버 모드로 게임을 새로 시작해 개복치를 좀 더 빨리 키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이나 어플리케이션이 자동으로 발행하는 메시지가 소셜 상에서 달갑지 않은 스팸 취급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개복치” 게임이 발행하는 자동 멘션은 물 밖으로 점프했다가 착수 하는 충격으로 죽거나, 해파리를 비닐봉지로 착각해 죽거나, 오징어를 너무 많이 먹어 죽는 등 기발하고 웃긴 이유들이 많아, 소셜 상에서 사용자들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끊임 없이 제공했다. 덕분에 “개복치” 관련 소셜 언급량은 11월 5일 이후 꾸준히 증가해 일일버즈량 약 6~7만 건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트위터 트렌드 상위 자리도 1주 이상 수성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도 흥미로운 사례가 등장했다. #AlexFromTarget 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대형할인점 타겟(Target)에서 일하는 16세 남학생의 사진이 10대 여학생 팬덤을 통해 폭발적으로 공유되면서 다양한 밈(meme, 짤방)으로 확대 재생산되는가 하면, 사진의 주인공인 알렉스는 가수 싸이가 출연한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토크쇼인 ‘엘런쇼’에 출연하는 등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 사이 알렉스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100명에서 73만 명까지 늘었다.

“개복치”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던 소셜 상의 멘션이 기억난다. 20%의 머리가 전체 80%의 혜택이나 이익을 차지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고 또 강력하지만, 여기에 소셜은 넓고 얇은 80%의 롱테일을 만들었고, 그 중에서 20%의 머리로 진입할 수 있는 다이내믹스를 제공했다.

여전히 승자가 독식하는 세상이지만, 누구나 “개복치”의 제작자나 #AlexFromTarget이 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제2, 제3의 “개복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일지도 모른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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