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과 복고 사이, 2014년 소셜 트랜드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2014년이 저물고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업무 특성 상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이 쏟아내는 관심사가 무엇인지 주밀하게 살펴야 하다 보니, 지난 한 해를 관통했던 소셜 상의 트랜드를 몇 가지 짚어낼 수 있었다.

필자가 꼽은 2014년 소셜 키워드는 불안, 불신, 복고다. 세 가지 키워드는 서로 다른듯하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불안의 원인은 불신에 있고, 오늘 믿을 것이 없기에 옛 것을 찾게 되는 식이다.

무고한 생령들이 깊은 바닷속에 수장되는 장면이 방송매체와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세계에 생중계되었다. 탑승자 전원구조라는 희대의 오보와 구조인원 0명이라는 희대의 비극이 오버랩되면서 정치권과 행정부, 언론에 대한 불신을 담은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제2롯데월드, 싱크홀, 마우나리조트,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등, 곳곳에서 사건 사고가 이어졌고, 사람들은 가혹행위, 총기난사, 자살로 이어지는 우리 군의 추악한 민낯을 입 모아 지탄했다.

‘창렬하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가수 김창렬의 이름을 걸고 판매되는 편의점 도시락의 구성물이 형편 없다는 것이 소셜에 회자되면서, 내용물이 부실해 제값을 못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인물을 여기에 빗대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제품을 더 비싸게 팔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퍼지면서, 해외에서 제품을 직접 구입하는 ‘해외직구족’이 늘어났다. 한국 기업들의 제품은 소셜 대중들이 보기에 ‘창렬한’ 제품이었다. 직구를 돕는 전문 사이트들이 늘어나고, 해외 사이트에서는 직구족들이 몰리자 한글 팝업창을 띄웠다.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해외보다 가격을 높게 잡은 일부 상품에 대해 소셜상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케아가 한국인들을 ‘호갱’으로 본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단통법이 시행되었고, ‘호갱’이 되지 않으려는 일부 발 빠른 사람들은 소셜과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모아 구매대행으로 직구하거나, 해외에서 휴대폰을 직접 사와 MVNO 알뜰폰으로 개통했다. 단통법 한파를 견디지 못한 일부 대리점들이 ‘아이폰 대란’을 일으켰고, ‘호갱’들은 길게 줄을 섰다.

범 사회적인 불신의 틈새를 비집고, 크고 작은 영웅들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고,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사회 리더 그룹에 대한 불신이 교황에 대한 열광적 찬사로 변형되어 소셜 공간을 뒤덮었다. 아파트 난방비 비리를 폭로한 김부선씨는 ‘난방열사’로 추앙받았다. 땅콩회항에 대한 진상 은폐 압박을 이기고 인터뷰에 나선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소셜 상의 피드백들은 그의 외모만큼이나 훈훈했다.

권위의 부재는 복고 트랜드로 이어졌다. 잇따른 악재로 침체되었던 무한도전이 준비한 ‘토토가’에 90년대 가수들이 등장하자 소셜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태지가 컴백했고, 신해철이 재조명되었으며, 히든싱어에 나온 이선희, 이승환, 윤종신, 이적의 옛 노래들이 음원 차트를 역주행했다. 슈퍼스타K나 케이팝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김광석과 유재하, 나미의 노래를 부르는 10~20대 참가자들이 늘어났고 이들의 음원과 영상은 각자의 옛 이야깃거리와 함께 소셜에 널리 공유되었다. 변호인과 국제시장이 흥행했다. 한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진행한 슈퍼마리오 한정판 증정 이벤트에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다. 모나미 153 볼펜 한정판이 큰 인기를 끌었다. 90년대 게임처럼 2D 그래픽에 단촐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살아남아라 개복치’가 소셜에서의 바이럴만으로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다.

탈출구가 없는 불신과 불안의 시대, 사람들은 스스로를 ‘미생’으로 자조하며 옛 것을 찾고 있다. 120년 전 동학 농민군이 불렀다는 노래가 생각난다. “갑오(1894)세 갑오세, 을미(1895)적 을미적, 병신(1896)되면 못 가보리”. 2014년 갑오년이 지나고 2015년 을미년이다. 120년 전처럼 을미적대는 한 해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내년은 병신년(2016)이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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