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에 대한 3가지 오해

언제부터인가 산업계는 물론이고 미디어, 정관계에서도 친숙한 용어가 되어버린 ‘핀테크(fintech)’는 재무(financ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관련된 각종 신기술과 이를 반영해 만들어진 서비스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흔히 쓰인다. 지난 20여 년 사이 IT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계속되면서 웹과 모바일을 통해 사람, 지식, 정보 사이의 관계망이 폭발적으로 확장되어 왔고, 그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재화와 콘텐츠 및 각종 서비스가 온-오프라인을 망라해가며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핀테크의 등장은 온-오프라인 사이에 생겨난 방대한 관계망 사이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재무적 비효율과 외부불경제를 매워가는 자연스런 수순이다.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활성화되기 시작한 핀테크는 세계 1,2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과 애플이 자사 신규 스마트폰에 핀테크 서비스 플랫폼을 기본 장착하면서 본격적으로 확대일로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MWC에서 발표된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에 기본 장착되는 삼성페이는 근거리 무선통신(NFC, Near Field Communication)과 바코드 방식은 물론이고, 삼성전자가 금년 초에 인수한 루프페이의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Magnetic Secure Transmission) 기술을 적용하는 등 거의 모든 유형의 결제 단말기(POS, Point of Sale)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터치’ 결제를 극적으로 확대시키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보다 앞서 애플은 작년 10월 NFC를 통한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출시,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약 22만여 개의 가맹점을 확보한 상태다.

물론 제조사 중심의 결제 플랫폼은 아직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아직 해당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충분한 고객기반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금년 MWC에서 다양한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연계하는 ‘커넥티드 리빙(connected living)’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등 사물인터넷 기반 구축이 활발해질 조짐이 보이는 것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다.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한 사물인터넷 네트워크와 핀테크를 연계시켜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 때문이다.

한편 플랫폼 서비스사업자들이 기존에 확보한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구축한 결제서비스는 초반 활성화에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결제 분야에서 전세계 최대 규모와 최고 수준의 이용률을 자랑하는 중국의 알리페이(Alipay, 支付宝)가 대표적이다. 고객이 미리 알리페이 계좌에 예치한 금액 또는 은행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와 직접 연결해 결제하는 서비스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서비스인 알리바바닷컴를 중심으로 시작된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는 결제 편의 제공은 물론이고, 당사가 설립한 자산운용사인 텐홍펀드와 연계된 MMF인 위어바오(余额宝 Yu’ebao)를 통해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알리페이는 국내 카드사, 은행 및 PG와의 연계를 통해 중국 관광객에 한해 국내에서도 이미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나 기업들, 정부 및 관계기관들이 벌리고 있는 화려한 말의 성찬에 비해, 국내 핀테크 도입 및 활성화 정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는 국내에서 핀테크라는 용어가 활용되고 있는 맥락에 담긴 몇 가지 오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핀테크 분야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나 서비스가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접근이며,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다. 예를 들어, 휴대폰 번호나 메신저 아이디 만으로 송금을 하거나 결제할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들이 아주 새로운 접근은 아니다. 지난 2001년에 SK텔레콤이 출시한 ‘네모’는 송금 수수료 없이 미리 예치해 둔 금액 범위 내에서 상대의 휴대폰 번호만 알면 송금 및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개념상으로는 다음카카오가 출시한 뱅크월렛카카오나 국내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가 서비스중인 토스, 그리고 금년 6월 출시 예정인 네이버페이와 비슷하다. 카드 정보 입력 후 이메일만으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미국 최대의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과도 매우 유사하다.

핀테크의 선구적인 서비스라 할 수 있는 ‘네모’는 지난 2002년 국내 회원 100만명을 모집하는 등 활기를 띠는 듯했으나 일일사용자(DAU)가 500명에 그치는 등 열기가 급속하게 식더니 급기야 2004년에 발생한 해킹사고로 수천 만원이 비정상적으로 인출되는 사고가 터지면서 서비스가 중단된 바 있다. 최근 출시된 핀테크 서비스들의 좋은 반면교사인 셈이다.

둘째, 스타트업이나 산업자본이 주체가 되어 개발한 신기술을 금융 분야에 접목하는 경우에만 핀테크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기존에 있던 금융 프로세스를 신기술 도입을 통해 혁신한다는 점에서 ‘핀(fin)’보다 ‘테크(tech)’에 방점이 찍히다 보니, 금융기관이 금융 서비스 개선을 위해 도입한 다양한 기술들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작 금융자본의 핀테크 도입은 저조하거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제도상 충돌이 불가피한 산업자본의 핀테크 시도만 각광받는 일종의 형용모순이 지속되면서 관계기관의 조율이 매우 중요해졌다.

알리페이, 애플페이, 삼성페이, 스퀘어, 코인, 로빈후드, 트랜스퍼와이즈, 온덱, 랜딩클럽 등 최근에 결제나 송금, 투자, 자산관리, 신용평가 등에서 주목 받고 있는 수많은 핀테크 서비스들은 대부분이 스타트업이 개발한 신기술이거나, IT기기 제조사들이 모바일 디바이스에 적용한 신기술 기반 서비스들이다. 때문에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이 확립되어 있는 국내 실정법 대로라면, 산업자본이 중심이 된 이들 서비스들은 금융자본이 주체가 되어 운영되고 있는 금융 부문에 진출하는 데 근본적으로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금산분리 원칙으로 인한 형용모순은 곳곳에서 촌극을 만들어낸다. 올해 초 개인간(P2P) 대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생 스타트업 8퍼센트는 금감원 중소서민지원팀의 요청에 따라 방통위로부터 웹사이트를 차단당했다. 금감원 핀테크상담지원센터에 현행법 상의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문의하던 와중에 유사수신행위로 분류되어 서비스가 막힌 것이다.

P2P 대출 분야는 해외 핀테크 분야에서 매우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랜딩클럽이라는 회사는 약 9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이미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까지 했다.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은 P2P 대출 기업인 펀딩서클(Funding Circle)과 합작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대출을 중개하기도 한다. 관계기관에 의해 웹사이트가 차단당한 국내 스타트업과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행보다.

마지막 세번째 오해는 편하기만 하면 널리 쓰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내 출시된 결제서비스들도 액티브엑스나 공인인증서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기술적인 개선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을 주요 소구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 번호만 알면 쉽게 송금할 수 있었던 SKT의 네모의 사례처럼, 편하다는 것만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알리페이나, 금융사고 위험이 0.33%로 매우 안전한 편인 페이팔은 국내 결제 서비스들보다 더 명확한 가치제안을 가지고 있다.

환전수수료 없이 세계 어느 나라 화폐든 환전할 수 있는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 주식수수료를 완전히 면제해주는 로빈후드(Robinhood), 신용카드가 아예 발급되지 않은 사람들도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게 해 주는 어펌(Affirm), 높은 금융기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계정 분석을 통해 신용평가를 해 주고 이를 토대로 대출을 집행하는 렌또(Lenddo), 중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매개하는 온덱(Ondeck) 등은 기술을 통한 편리함을 넘어서는 재무적 이익과 재무적 리스크 경감이라는 분명한 가치를 제공한다. 테크(Tech)보다 핀(Fin)이 우선인 것이다.

새로 도입된 기술은 응당 사회적인 맥락과 어우러지는 적응기간을 갖게 되며, 적응에 성공한 기술만 살아남아 새로운 제도와 문화를 만들게 된다. 해외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핀테크 혁신은 기존에 시장이 담아내지 못했던 가치들을 발굴하고 키워가는데 좋은 효과를 거두면서 시장에서의 생존 확률을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국내 핀테크 환경은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도와 문화, 그리고 이를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다. 정부와 관계 기관,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의 분발이 필요한 지점이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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