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半神)의 시대, AI를 넘어 IA가 온다.

한달 쯤 전 송고한 시사인 기고 원문.

좀 더 부연하자면, 앞으로는 ‘생체자본’의 시대가 온다고 본다. 단순히 well-looking을 위해 outfit을 관리하는 시대에서 한 스탭 더 들어가,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재무적 이익이 되는 것. 해외에서는Vitality UKOscar 등이 소위 “engagement insulance“라 불리는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 (관련 블로그 글 링크)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 뒤에는 바이오 3D 프린팅이나, 유전자치료, 누트로픽스(인지능력을 강화하는 의약품) 등의 보급이 뒤따르지 않을까?

여튼 머지않은 앞날에, ‘경제자본’이 ‘생체자본’으로, 그리고 이 ‘생체자본’이 다시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으로 변환된다. 쉽게 말하면, 돈이 더 나은 ‘허우대’와 ‘건강’, 그리고 ‘능력’을 만들고, 다시 돈으로 이어진다.

10년 이내에 가시화될 이런 변화가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힐 분야는 교육산업이 아닐까? 굳이 돈 들여 가르치지 않아도 신체적/지적 능력을 증강할 수 있으니…

기고문 끝에 ‘기술통제’를 언급하긴 했으나, 아마 권력과 자본의 욕망을 이기긴 어려울 것 같고…

여튼 생각하면 할 수록 애를 낳으면 안될 것만 같다…


 

IA… 너는 아직도 내가 ‘머글’로 보이니?

AI(인공지능)와 달리 인간의 능력 자체의 증강에 더 집중하는 IA(지능 확장)가 주목된다. IA 기술이 인간을 무서운 속도로 재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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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정방폭포에는 “서불이 왔다감(徐市過之)”이라는 각자(刻子)가 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의 명약이 있다는 봉래산을 찾기 위해 동남동녀 3천명과 함께 우리나라 방향으로 탐사단을 보냈는데, 그 우두머리인 서불이 제주도에 들러 이 글을 새겼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죽지 않고 오래 살며 강력한 힘을 가진 인간을 반신(半) 혹은 인신(人神)이라 하며 동경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대부분 이런 초월적 존재들은 문명이나 왕조의 서막에 대한 설화로 윤색되었는데, 이는 아마도 대부분의 인간이 자신들의 무력함과 한계에 맞닥뜨리면서 만들어낸 일종의 도피이자 자기위안, 혹은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초월적 권력에 대한 희구의 소산일 것이다. 현대의 슈퍼히어로들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 잇닿아 있다.

강력한 인간에 대한 동경은 연단술과 연금술로 이어졌고, 중국에서는 화약이, 중세 유럽에서는 화학이 발명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러 고도화되는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기술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강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 중 특히 주목할 개념이 IA(Intelligence augmentation, 지능 확장)다. IA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 지능의 대안으로 개발되던 AI(인공지능)와 달리, 인간의 능력 자체의 증강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등 인공적 주체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판단을 내리는 대신, 인공지능보다 더 복잡다단한 맥락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간들을 판단의 주체로 인정하고, 기계적 장치나 알고리즘 등 인간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인간의 역량을 증강(augment)하는데 집중한다.

최근 미 국방고등연구원(DARPA)이 개발중인 ‘직접신경인터페이스(DNI)’가 대표적이다. 인간 뇌의 시각피질을 통해 직접적으로 시각 이미지를 주입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더 이상 외부 디스플레이 기기 없이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꿈과 환영, 그리고 현실이 뒤섞인,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 속 세상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 으로 대표되는 신체 강화도 IA의 연장선상에 있다. 반신불수인 축구선수에게 인공 발을 달아주거나, 더 무거운 걸 들 수 있도록 신체근육을 강화한 ‘아이언맨 수트’ 등으로 응용되기도 하는 기술이다. 미래형 군인 양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방위산업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다.

생화학 물질을 활용해 인간의 인지능력을 강화하는 누트로픽스(Nootropics)나 유전자치료(Gene Therapy)도 IA의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인간의 기억력을 증진시키거나, 어두운 밤 혹은 깊은 바닷속에서도 시력을 향상시키는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뇌와 사물의 연결을 통해, 인간의 신체 없이도 사물만으로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미 검증되었다. 뇌가 감각을 느낄 때의 특정 전기신호 패턴을 읽어낸 후, 신발 바닥을 통해 땅바닥의 촉감을 느끼는 식이다. 디지털 기반의 전기신호로 구성된 인터넷이 인간의 뇌와 연결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식과 정보의 바다에 인간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인류가 꿈꿔 오던 반신(半神)이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기술들이 현실화될 때, 우생학(Eugenics)의 화려한 부활은 예상된 수순이다. 권력이나 자본을 가진 소수는, 이러한 인간 역량의 증강에 가장 먼저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자본이 문화자본으로 치환되기 쉽다지만, 이제는 신체자본으로 전환되고, 이것이 다시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을 현격하게 증대시킨다. 반신들과 머글(Muggle, 보통 인간)로 나뉜, 새로운 신분제가 도래한다. 수백 년 간 많은 이들이 피를 뿌려가며 구축해 온 민주주의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위협받게 된다.

물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다. 하지만 강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꽤 오래된 것이며, IA라는 큰 흐름을 타고 발전하고 있는 기술들이 인간을 무서운 속도로 재 발명해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재 발명된 인간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아진 세상일까? 어쩌면 전 인류가 함께 핵을 통제해왔던 것처럼, 인간의 재 발명 과정에 대해 엄격히 통제해야 할지도 모른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4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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