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금융을 바꾸다: 리스크와 신용평가, 그리고 씬파일러

모든 금융 비즈니스의 원가는 결국 ‘리스크’다. 여기서 ‘리스크’란 돈을 어디엔가 투자했을 때 원금을 손실할 위험, 혹은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음에도 이를 포기하고 여기에 투자해야 하는 기회비용 따위다.

특히 전자의 경우, 원금이 회수될 가능성이 어느정도인지를 분명히 계산해두지 않으면 사업 자체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없다. 때문에 대출의 경우 원금의 부실화 가능성과 예상 회수기간, 기타 제 비용등을 감안 ‘금리’를 산정하고, 이를 청구하게 된다.

여신업에 있어 씬파일 문제는 정확한 금리를 산정할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없는 데서 나온다. 이런 경우 선택지는 크게 세개로 나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00‘을 빌려주거나, 엄청나게 고금리로 때리거나, 아니면 아예 대출 자체를 실행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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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그 분…

빅데이터에 이어 ‘핀테크’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바일, 소셜, 사물인터넷 등으로 폭증한 데이터가 개인과 기업의 신용을 좀 더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 것. 데이터가 오픈되면 오픈될수록,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내려가고, 빌리는 입장에선 그만큼 더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분명 양자 모두 윈윈이긴 한데, 데이터 오픈에 대한 대중들의 막연한 거부감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

늘 해오던 이야기이긴 한데, 데이터를 다루는 문제는 일종의 사회계약이 필요한 부분이다. 어느정도까지는 데이터를 오픈해 활용해도 되는지, 어디까지는 금기인지가 법제도 뿐 아니라 관념적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아마도 꽤 많은 사고와 갈등과 송사와 입법, 정치적 논쟁이 필요할 것이다.

데이터의 환금성은 점점 더 올라가고 있고, 아마도 당분간은 데이터 주인이 누군지, 누가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지, 누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다양한 유형의 갈등들이 더 많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법적인 이슈를 피해간다는 소극적인 대응은 기본이고,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방법, 그리고 그 공감의 합리적 근거(물질적, 심리적, 사회적 benefit?)를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씬파일러 문제는 비교적 갈등의 접점이 적은 분야다. 빌려주는 쪽도, 빌리는 쪽도 데이터를 매개로 모두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금융에 처음 눈을 뜨는 젊은이들(대표적인 씬파일)부터 시작해, 데이터 ‘품앗이’가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가시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런 쪽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지 싶다.

시사인에 송고한 기고문 링크와 함께

초안을 밑에 덧붙여 본다.


혹시 연체나 신용불량같은 특별한 신용상의 문제 없이 카드 발급을 거부당하거나 은행 대출 승인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씬파일러(thin fiier)”일 가능성이 높다.

씬파일러는 신용을 평가할 서류의 두께가 얇은, 다시 말해 신용을 평가할 만큼의 충분한 정보가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취업을 하지 않아 소득이나 재산 정보가충분히 누적되지 않은 20대 청년층이 대표적인 씬파일러다.

우리나라의 경우 씬파일러는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보수적인 관점에서 6~7 등급의 중하위 등급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제1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등급이 1~4등급임을 감안하면, 이들은 누군가의 보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이 없는 상태에서 최저 2~3%대 금리의 제1금융권대출을 받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씬파일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가 2~30%로 거의 10배 가량 높은 2, 3금융권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1금융권 입장에서도 대출을 집행해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거둘 수도 있는 잠재고객들을 그냥 돌려보내야 하므로 명백한 손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로 신용조회 라이센스를 발급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매개로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은 편이다. 반면 미국은 특별한 라이센스 없이 사기업 중심으로 신용정보 수집이 산발적으로 진행되며,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단일 ID가 없어 신용정보 취합이 어렵다. 심지어 동남아 등제3세계 국가에서는 개인 신용데이터 수집 및 평가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해, 휴대폰 연체 정보 등 극도로 제한적인 정보 만으로 신용을 평가한다.

DLD15 Conference Munich - "It's only the beginning" - January 18-20, 2015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핀테크분야 스타트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이 씬파일러 문제 해결이다. 세계 최대 결제 플랫폼 페이팔(Paypal)’의 창업자인 막스 레브친(Max Levchin)이 만든 미국 기반의 핀테크 결제회사 어펌(Affirm)은 신용카드 없이도 5초 이내에 온라인 신용거래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이용자가입력한 이름, 이메일 등의 간단한 정보를 통해 개인 신용을 빠르게 평가할 수 있는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이 비결이다. 어펌은 공개된 금융 및 기타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신용을 평가하고, 산정된 부도리스크만큼의 결제수수료를 차등으로 청구한다. 어펌을 통하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던 씬파일러들도 카드거래를 할 수있다.

좀 더 도발적인 모델도 있다. 소셜미디어 정보만으로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렌또(Lenddo). 이들이 주력하는 시장은 동남아, 멕시코, 콜롬비아 등 씬파일러가많은 나라들이다. 이들은 가입자들의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분석해, 친구/팔로워 수, 결혼 여부, 친구의 영향력, 친구의 렌또 신용도를 기반으로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한다. 렌또는 자체 개발한 렌또스코어로 가입자의 신용을 1점에서 1000점 사이로 계량화하고, 이를 토대로 신용카드 발급을 보증하기도 한다. 이러한 대안적 신용평가 방법론만으로도 95%의 대출고객이 성실하게 대출금을 상환한다고 한다. 대출 고객의 사회적자본을 계량화해 신용도를 산정하는 렌또의 실험이 성공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존 신용평가 방식에 대한 큰 도전이다.

개인의 심리테스트로 신용을 평가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인 영국의 비주얼디엔에이(VisualDNA)는 인성평가를 신용평가에 적용해 마스터카드와 러시아, 터키, 멕시코, 말레이시아, 폴란드, 남아공 등에서 시범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신용카드 및 신용대출에서의 부도율이 23% 감소한 결과를 얻었다.

페이오프(Payoff)는 행동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갈랜 벅월터(Galen Buckwalter)가 개발한 10개 인간 유형 분류를 대출 심사나 고객응대에 활용한다. 예컨대씀씀이가 헤픈 스토리텔러유형의 고객들은 대출 심사 기준을 까다롭게 하고, 꼼꼼한 아키텍트유형에게는 좀 더 느슨하게 심사한다. 국내에서도 어니스트펀드를 운영중인 비모가 성균관대 심리학과 장승민 교수 팀과 인성평가 기반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대출 고객에게도, 금융기관에게도, 씬파일러 해결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 도입은 윈윈(win-win)이다. 유출과 오용을 막을 수 있는 엄격한 데이터 관리 원칙을 전제로, 최대한 많은 데이터가 흐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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