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의 과실(果實)은 누구에게로?

데이터 분석은 로봇으로 대표되는 ‘기계근육’이 만들어내는 ‘구체적 유용노동’과, 인공지능 혹은 알고리즘으로 대표되는 ‘기계두뇌’가 만들어내는 ‘추상적 인간노동’에 공통적으로 쓰일 ‘혈액’과 같습니다.

인간의 노동에서 가치가 나온다는 ‘노동가치설’이 맑시즘의 핵심 중 하나라면, 맑시즘의 근간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셈입니다.

19~20세기를 뒤들었던 이데올로기의 한 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이를 대체할 새로운 거대담론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18~19세기 노동현장에서의 사회적 모순이 맑시즘을 낳은 중요한 성찰의 배양액이었듯이,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도 뭔가 성찰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데이터 분석으로 돈 번 기업 이야기는 들리는데, 데이터를 제공해 득을 본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이 또한 일종의 “횡령”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여전히 개인들은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게 아니라, “털린다”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입니다.

비즈니스 가이이다 보니 새로운 담론의 생산자가 되기엔 역량이 매우 딸리는 것 같고, 일단은 “정보를 제공하면 이득을 보는 사회적 경험을 만들자”는 게 향후 몇 년 내 비즈니스를 해 나가면서 꼭 달성해보고 싶은 목표입니다. 각오를 다지는 의미로, 제 생각들을 시사인 기고문에 담아보았습니다.


 

data-analysis-1-638

흔히들 데이터를 미래의 원유라고 한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인류는 정보기술(IT) 시대에서 데이터기술(DT)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데이터기술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리고 데이터기술로 우리네 삶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에 대해 피부에 와 닿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지나간 역사를 뜯어보면 이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를 도입했을 때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했을 때, 혹은 더 올라가 채륜이 종이를 발명했을 때, 그 순간이 인류 역사에 어떤 분기점이 될지 실감하고 전율했던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오늘날의 데이터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원적인 목표인 ‘이윤 극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목표 하에, 더 많은 매출이 유발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그리고 더 적은 리스크와 비용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기술적 진보를 향해 지난 몇 백 년 간 돌진해왔다. 포드주의와 테일러주의를 통해 생산 과정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하기 시작했으며, 공정을 쪼개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린 것도 모두 생산성 증대를 통해 생산비용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생산 로봇의 등장, 그리고 IT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도 결국은 운영비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데이터기술이 강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예를 들어 쿠팡의 로켓배송에서도 데이터분석은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배송 동선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물품을 트럭 안에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선을 최적화함으로써 쿠팡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창업 한지 불과 한 달 만에 매출 4천만원을 달성했던 전기자전거회사 A2B코리아의 경우, 세밀하게 타게팅한 페이스북 광고로 핵심 고객들에게만 집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불필요한 광고비를 아끼고 더 큰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일단 뿌리고 기도(spray and pray)”하던 과거의 비효율적인 광고 문법에 데이터분석이 접목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뚜렷한 신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소위 ‘뉴 노멀’ 시대에 데이터분석은 더 빛을 발한다. 돈 되는 고객과 시장에 더 집중하게 하고, 돈 안 되는 고객과 시장에 대한 예산낭비 여지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분석의 다른 말은 ‘차별하기’다. 더 높은 생애가치(CLV)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객군을 선별해 추천 및 프로모션을 집중함으로써 더 많은 매출을 짜 내고, 수익성이 낮거나 리스크가 큰 고객은 사실상 주목하지 않거나 배제해 비용 낭비를 최소화한다.

앞으로 데이터분석 기술은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이고, 현재보다 활용 범위도 더욱 넓어질 것이다. 특히 금융분야에서의 데이터분석은 거의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금융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원가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리스크’다. 데이터분석은 개인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고객들에게 더 많은 상품과 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아직까지 전세계에서 데이터분석을 통해 창출된 잉여가 데이터 제공자들에게 공정하게 공여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데이터분석으로 아껴진 비용이나 추가로 창출된 잉여는 대부분 기업에 귀속된다. 데이터의 원천이 되었던 제공자들은 몇 푼의 포인트나 쿠폰을 얻어갈 뿐이다. 거칠게 말하면 이 또한 일종의 횡령이다.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려면 데이터분석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저해하는 법적 규제나 인식 문제도 차차 개선되어가야 한다. 단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과 제공받은 주체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회적 경험이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를 어디까지 활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미래의 원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데이터기술을 더욱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618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