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근육과 기계두뇌에 대한 우리의 자세

많은 이들이 이과우위의 시대를 예측하고 주장하지만, 저는 역으로 인문적 상상력이 이과적 창의력만큼 많이 꽃필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인간이 할 일을 기계근육과 기계두뇌가 상당부분 대체하기 때문이죠.

인간들은 더욱 더 잉여로워질 것이고, 잉여로운 시간을 더 창의적으로, 혹은 지금봐선 매우 쓸데없어보이는 일들에 몰입하는 식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갈 겁니다. 예컨대 ‘생수’가 그러하고, 몇년 전 쓸데없다 하던 ‘먹방’이 그러합니다.

몸좋고 잘생기고 예쁜게 지금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될 겁니다. 예술이 일상에 더 깊이 파고들 것이고, 하위문화는 더욱 풍부해질 것입니다.

4년전 세바시 나갔을때 주장했던 ‘증강형 인간(augmented human, 혹은 trans-human)’화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상상합니다. 1) 클라우드를 매개로 한 AI와 인간의 “지적” 융합 + 2) 인간과 사물 혹은 기계의 “물리적” 융합 + 3) 소셜미디어 등을 매개로 한 개별 인간들 사이의 고도화된 상호침투입니다. 세바시에선 주로 3) 위주로 이야기했으나, 실제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낼 부분은 1)과 2)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진화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그 매질은 경제자본이 될 것이고…

세가지 모두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뭉게뭉게 피어오르게 하는 내용들이죠. 하지만, 19세기 말, 20세기를 바라보든 그 시대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인구폭발로 인류가 멸종하리라 했던 멜서스도, 기계에 일자리를 뺏길걸 우려해 기계를 부수던 노동자들도.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기 나름!

 


 

“언젠가 인간은 인공지능에 의해 완전히 대체되지 않을까요?”

“저 같은 문과생들은 앞으로 뭐 하고 살아야 하나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끝난 지 1주가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모 대학 학생들 대상의 특강 자리에서 나왔던 질문 중 일부다. 충격적인 대국 결과 때문인지, 질의 응답만 얼추 한 시간 반을 넘겼던 것 같다.

2년쯤 전부터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줄인, ‘문송’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IT 발전 및 스타트업 열풍으로 기업들이 문과생들보다 이과생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취업 전선에서 어려움을 겪는 문과생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공계 기피 현상을 걱정하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 분석 방법론을 배우고자 하는 문과생들도 늘어나고 있고, 이과에서 경영대와 가장 유사한 산업공학과에 대한 관심도 점점 올라가는 추세다.

기술혁신은 실제로 산업 카테고리 자체는 물론, 해당 업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없애거나 위축시켜 왔다. 자동차는 마부를, 석유는 광부나 나무꾼을, 사무자동화는 사환과 식자공, 인쇄소를 대체하는 식이다.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당사자들은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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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역사속에서도 기술혁신에 대한 사회적 저항은 빈번한 일이었다. 기계에 대체될 것을 우려한 노동자들의 기계파괴운동인 ‘러다이트 운동(관련글 링크)’이나, 자동차 보급을 우려한 마부들의 조직적 로비에 의해 도입된 영국의 ‘적기조례(red flag act, 관련글 링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지던 19세기 세계 인구는 대략 10억에서 15억명 정도. 2016년 현재 약 74억명에 비하면 약 60억명 가량 적다. 당시 실업률 통계를 정확히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술발전이 꽤 많은 일자리를 새로 창출해오지 않았다면 인류 대부분은 실업자가 되어 인구증가의 동력이 사라졌어야 한다. 지난 2세기간의 폭발적 인구증가는 기술혁신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으며, 새로 만들어진 기회들이 더 많은 인간들을 부양해왔다는 강력한 증거다.

다만 향후 진행될 기술혁신의 방향은 인류의 근육과 두뇌를 대체하는 기계근육과 기계두뇌에 의해 주도될 여지가 크다. 때문에 인간의 삶은 지금보다 더욱 더 ‘잉여’로워질 것이고, 인간의 노동이 가치를 직접 창출하는 영역이 줄어들 것이다.

특히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멀지 않은 훗날 위협받게 될 직업군으로 택시기사, 생산직노동자 등 블루칼라뿐 아니라, 기자, 펀드매니저, 변호사 등 화이트칼라까지 꼽히고 있다. 기계학습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인해, 쉽게 측정할 수 있고 패턴화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 분야라면 어디든 위협받을 수 있다. 노동이 더욱 파편화되고 불안정해지는 컨시어지경제(관련글 링크), 비정규직경제가 보편화될 수 있다. 자연스레 부와 권력의 편중이 더욱 심화된다.

패턴화되기 어렵고, 측정하기 어려운 인간만의 영역에서는 역설적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노동에서 잉여로워진 인간들이 더 많은 예술활동과 여가활동을 통해 문화자본과 신체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통해 남과 자신을 구별지으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더욱 부각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인문사회적 통찰과 디자인방법론이 각광받게 된다.

그렇다면 개인들은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막연히 불안해하거나 ‘문송’할 시간에 간단한 코딩이나 데이터분석 능력을 갖추길 권한다. 이와는 정 반대로, 더욱 ‘잉여’로워질 인간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인문-사회적 통찰에 더욱 천착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 부와 권력의 집중을 완화할 수 있는 정치적 해법이 더해져야 한다. 기계근육과 기계두뇌가 만들어낸 부에 대한 과세와 재분배다. 핀란드나 네덜란드 등에서 ‘기본소득(관련글 링크)’ 도입이 논의되고, 미국 최고수준의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와이컴비네이터가 ‘기본소득’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는 것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음 대선이나 총선 땐 우리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아젠다를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bit.ly/28Inw2E

기계근육과 기계두뇌에 대한 우리의 자세”에 대한 1개의 생각

  1. 핑백: 아이언 맨의 시대, 장인(匠人)들의 재림 | Painespla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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