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다음은 디지털비서

‘사짜’ 스러운 추측을 감히 해보자면, PC,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 등, IT업계를 주도하는 플랫폼은 대략 10년 주기로 바뀌지 않나 싶습니다. 전반기의 폭발적 성장, 5년차 쯤의 시장 성숙 및 성장 둔화, 그 뒤를 이은 마지막 몇년 동안의 치열한 치킨게임과 경기침체, 겨울을 피해 숨어들어갔던 ‘선수’들의 귀환과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 10년 사이클로 얼추 돌아들어갑니다.

올해 2016년은 2010년 아이폰4와 갤럭시시리즈의 선풍적 인기로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의 본격적인 하강 추세가 막 시작된, 바로 초입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가 둔화되었고, 많은 서비스들이 버블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선수들이 숨어들어가기 시작한게 벌써 1-2년전이고, 글로벌 투심도 급속히 안좋아지고 있다고 하죠.

새 플랫폼이 등장하면, 초반의 개방적인 혁신가들이 다채롭게 이합집산하는 오픈형 서비스들이 인기를 끌고(스카이러브, 트위터 등), 성숙되어갈수록 지인 기반의 폐쇄적 공간(싸이월드, 밴드)이 활성화되는 것 같습니다. (관련글 링크)

재미있는 것은 다음 플랫폼의 맹아가, 그 직전 플랫폼이 가장 왕성하던 때 뿌려진다는 겁니다. 인터넷 이전의 pc통신(1995년)이, 스마트폰 이전의 노키아 심비안(2005년)이 좋은 사례입니다. 생태계를 뒷받침할 충분한 기술과 시장, 소비자의 인식향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초기에 과다한 투자로 고립을 자초하다가 결국 시장을 잉태하는 ‘떡잎’ 역할만 하고 사그라들죠.

그래서 다음번 플랫폼을 예상하면서도 ‘떡잎’처럼 사그라들지 모를 서비스를 골라봐야 하는 고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아마존 에코든 구글 홈이든, 아직까진 구축과 활성화에 쏟을 자원이 너무도 많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은 물론 음성인식기술도 많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현주소를 보면 갈 길이 너무도 멉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통제되어야 할 로봇, 사물인터넷기기들, 자율주행차, 다양한 추천알고리즘과 이를 잉태할 수 있는 데이터 풀, 그리고 이런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제도와 문화 모두 부족한 상황입니다. 걱정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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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던 시절이….. dir/w… cd… config.sys… autoexec.bat …. 아…아…아재

 

IT를 주도하는 플랫폼은 대체적으로 10년 마다 바뀐다. 80년대의 MS-DOS, 90년대의 윈도우, 2000년대의 월드와이드웹(www), 2010년대의 스마트폰이 각 시대의 주역이었다. 플랫폼의 등장과 폭발적 성장, 성숙, 쇠퇴 혹은 영향력 약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이클은 지난 수십년간 거의 예외없이 맞아떨어졌다. 플랫폼과 더불어 전 세계적인 부(富)의 흐름도 함께 요동쳤다. 새로운 기업들이 떠올랐고, 뒤쳐진 기업들은 도태되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아이폰4 및 그 대항마인 갤럭시S 출시 시점으로 잡았을 때, 스마트폰이라는 IT 플랫폼이 다음 주자에게 주도권을 물려주게 될 시기를 예상해 보면 대략 2020년이다. 2020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그 다음에 등장할 IT 플랫폼이 무엇일지 예상하고 대응할 수 있다면, 다가올 미래 비즈니스의 주도자가 될 수 있다. 물론 기존의 거인들도 쉽게 주도권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미래를 주도하려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텐센트 등 자타공인 IT업계의 거인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다. 하나씩 떼 놓고 보면 플랫폼의 형태로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두 가지를 연결해 보면 답이 나온다. 이들이 지향하는 지점은 바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개인 비서, 디지털 어시스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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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스마트홈 스피커 “에코”. 음성인식 서비스인 “알렉사”를 통해 집안 내 기기를 제어하고 외부 앱을 실행할 수 있다

 

아마존은 스마트홈 기기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블루투스 스피커인‘에코’를 출시해 디지털 어시스턴스 분야 선점에 나섰다. 에코에는 음성인식 기술인 ‘알렉사’가 탑재되어 있으며, 블루투스 및 와이파이를 통해 가정 내 다양한 기기들과 연동되어 온도나 습도, 수도나 가스를 제어하고, TV나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구동할 수 있다. 피자나 과일, 의류 등 상품을 주문할 수도 있고, 음악을 재생할 수도 있으며,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틀어줄 수도 있다. 날씨나 미세먼지 농도도 알려준다. 영락없는 디지털 비서다. 2년 전 처음 출시된 ‘에코’는 이미 약 3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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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스마트홈 서비스 “구글홈”. 아마존 에코보다 더 작아보인다

 

구글도 여기에 뒤질 세라 가전기업인 네스트 등을 인수하고, 딥마인드 등 인공지능 회사를 마구 사들이는 한편, 지난 5월 18일에 구글 개발자행사인 구글IO 2016에서 관련 서비스를 쏟아냈다. 사물인터넷을 적극 활용한 디지털 어시스턴스 서비스인 ‘구글 홈’을 연말에 출시하기로 했으며, 여기에 탑재된 구글 어시스턴스를 통해 이를 제어할 수 있게 했다.

구글은 이번에 ‘알로’라는 이름의 채팅 서비스도 출시했는데,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자동으로 분석해서, 전후 맥락에 맞는 답장을 추천해주는 ‘스마트 리플라이’ 기능이 들어가 있다. ‘구글 홈’과 ‘알로’, 혹은 자율주행차가 연계되면, 음성으로 주변을 제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채팅을 통한 제어가 가능해진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챗봇(chatbot, 대화+로봇)’의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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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소의 코타나. 뭔가 모에화된 느낌…?

 

마이크로소프트의 음성 비서 ‘코타나’,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애플은 4년 전 시리를 공개한 이래 줄곧 폐쇄적인 정책을 피던 데서 탈피해, 오는 6월에 열린 개발자 행사를 통해 시리 플랫폼의 개발키트(SDK)을 외부 개발자에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마존이나 구글의 디지털 어시스턴스 생태계 구축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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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챗봇. 외부 앱들이 메신저 속으로 빨려들어오는 시대가 온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에 열린 개발자행사 F8에서, 자사의 메신저 플랫폼인 페이스북 메신저에 인공지능 비서를 탑재해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조회, 주문 및 확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쇼피파이’와 제휴해 상품 추천, 조회 및 주문을 할 수 있게 했고, 레스토랑 자리 예약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외에도 인공지능 일기예보 서비스인 폰쵸(Poncho)를 탑재했고, TV 뉴스 ‘CNN’ 등과 제휴해 뉴스 등의 주요 정보를 채팅을 통해 알려준다.

IT는 이제 모든 비즈니스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디지털 비서의 시대는 오히려 이케아나 퍼시스 같은 가구업체가 주도할 수도 있고, 창호나 수도관, 닥트, 인테리어 업체 등이 혁신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 혹은 신생 업체가 갑자기 등장해 세상을 주름잡을 수도 있다. 70년대 후반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90년대 후반의 구글과 네이버 넥슨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bit.ly/290EFV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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