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쳐IT] 메갈리아, 한남패치. 어둠의 소셜 (1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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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대나무숲…

Q) 서브컬쳐 IT. 오늘은 IT평론가 데이터블 이종대 대표님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 다뤄볼까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라는 옛날이야기 잘 아시죠? 거기 나오는 복두장이가 대나무 숲에 들어가서 크게 소리치죠?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라고요. 우리나라 소셜 공간, 그러니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도 이 옛날이야기 속 대나무숲에서 따온 대나무숲 계정들이 많이 있습니다. 벌써 등장한지 4~5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 대나무숲 계정에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이야기할 수 없던 내용들을 토로하곤 했는데요.

 

Q) 네 이야기 많이 들었었습니다. 대학교마다 대나무숲이 있고, 회사나 언론사 별로 대나무숲이 생겨났었죠?

네. 근데 이 대나무숲들의 앞에 ‘어둠의’ 라는 세 글자가 붙고 있습니다. 대나무숲들의 경우 명예훼손 등의 민감한 이유 때문에 대체로 욕설이나 음란한 내용 혹은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향한 저격성 제보 등을 걸러내서 글을 올렸는데, 이 어둠의 대나무숲들은 그런 필터링 기준 없이 글들을 게제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최근 최근 우리나라 온라인 공간을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 키워드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비방’과 ‘폭로’ 그리고 ‘관음’인데요. 지난 몇 년간의 흐름을 보면 이처럼 대결과 갈등, 상호불신과 비난이 점차 고조되는 흐름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이런 사례들과 함께 대책, 대응방안 같은 것은 없는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Q) 어둠의 소셜, 어둠의 대나무숲이라. 주로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사용할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네. 주로 이 어둠의 대나무숲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은 대학교인 것 같아요. 현재 구독자가 가장 많은 어둠의 대나무숲은 중앙대입니다. 약 12,000명이 구독중입니다. 약 3만명 중 30% 이상이 팔로우하고 있는 셈입니다. 경희대도 약 6,000명 정도가 팔로우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중심으로 어둠의 대나무숲이 만들어지는 분위기라 일단 대학 위주로 말씀드리자면, 학생들은 이곳에서 정치, 성(性)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 가감 없이 토론합니다. 지난번 강남역에서 20대 여성이 묻지마 피살을 당하면서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뜨겁게 달아올랐었죠? 이런 이슈를 주로 다루기도 하고, 최근에는 생리대 무상지원과 관련된 이야기도 남학생들과 여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Q) 뭔가 어둠의 대나무숲이라고 하니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을 같기도 합니다. 자극적일 같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실제 이 어둠의 대나무숲을 쓰는 후배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어서 물어보니, 아무래도 좀 더 직설적으로 하고싶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게 어둠의 대나무숲의 매력이라고 하더군요.
이처럼 어둠의 대나무숲들의 특징은 상호 비방 등 기존 대나무숲들에서 민감하게 필터링하던 걸 전혀 거르지 않고 그대로 노출시킨다는 겁니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대학 어둠의 대숲에서 한 여성이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이 해당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글을 올려 가해자로 추정된 남학생의 신상이 낱낱이 드러나기도 했었습니다다. 알고보니 그 제보가 사실 무근이라는 게 밝혀졌죠.

 

Q) 익명 제보 중심이다 보니 이런 피해자들도 충분히 많이 생길 있을 같네요.

개인의 피해도 있지만, 다양한 집단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지난해 5월 어둠의 대나무숲이 만들어졌던 건국대는 상호 비방과 욕설 그리고 극단적인 정치성향 표출 등으로 큰 문제를 겪다가 결국 개설된 지 한 달 만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 6월에 한양대 대나무숲에는 ‘별도의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글로 인해 특정 가게가 매출에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사과문이 올라오기도 했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이에 앞서 두 명의 제보자가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한 식당의 위생 상태가 심각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글의 내용이나 전후 맥락으로 가게의 이름과 위치를 알아낸 학생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커진 겁니다. 결국 해당 가게는 매출이 감소되는 등 큰 피해를 보았고, 구청에서 조사까지 나왔는데요. 결과를 알아보니 위생 상태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겁니다.

 

Q)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익명제보들을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면 사실확인 같은게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습니다. 언론과 인터뷰했던 몇몇 어둠의 대나무숲 운영자들의 말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성역 없이, 가감 없이, 다양한 이슈를 다뤄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는데, 이를 확인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충분한 검증 없이 이야기가 올라오고, 마녀사냥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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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말할 필요 없는, 그 땅콩

 

Q) 대학 외에서는 이런 익명성 중심의 공간이 따로 없나요?

네 일단 기업에 대한 정보들을 익명으로 털어놓는 스타트업 서비스가 하나 있습니다. 블라인드 라는 서비스인데요. 특정 회사 직원이라는 이메일 인증을 마치고 나면 그 회사와 관련된 비밀 이야기를 여기에 올릴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큰 문제가 되었던 대한항공 땅콩회항 문제가 밝혀진 곳이 바로 이 서비스였습니다.
최근에 대나무숲 말고 또 생겨난 공간들이 있는데요. 강남패치, 한남패치, 오메가패치 등입니다. 여기서 뒤에 붙은 패치는 연예인 관련 특종을 자주 올려 유명세를 끌고 있는 모 매체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디스~~

 

Q) 아 . 매년 첫날마다 톱스타 열애설을 올리기로 유명한 그곳 말이죠?

그렇습니다. 강남패치는 강남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신상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여기를 이용하는 유명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의 신상정보를 무차별로 공개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남패치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남성들의 신상, 그리고 성병에 걸렸거나 원나잇 등을 즐겨 사생활이 문란하다고 밝혀진 남성들의 신상을 무차별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오메가패치라는게 있는데, 여기서 오메가는 임신 가능한 남성을 일컫는 인터넷 은어입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의 사진을 무차별적으로 찍어서 올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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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 로고

 

Q) 이렇게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공개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을 같네요. 이런 흐름이 갑자기 등장한 같지는 않은데요.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시작하면서 서두에 세 가지 키워드를 말씀드렸었죠. 비방과 폭로 그리고 관음입니다. 최근 최근 우리나라 온라인 공간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가시적으로 드러난 첫 번째 단추는 일베, 즉 일간베스트 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였을 겁니다. 전라도와 여성, 노동자, 외국인노동자, 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와 비하를 전혀 거리낌없이 내뱉는 공간으로 지탄을 받았죠. 특히 여성에 대해 김치녀, 즉 김치를 먹는 한국여자, 그리고 삼일한, 여성은 삼일에 한 번 맞아야 한다라는 등, 여성혐오 및 차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입니다.
여기에 대한 반대급부로 등장한 것이 메갈리아입니다. 시초가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였다 보니 앞에 메르스의 메가 붙습니다. 메르스 사태 때 한국 여성들 두 명이 격리를 거부했다는 것에 대해 남성들이 “한국여자는 다 그렇다”는 식으로 비판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언어 소통 문제로 인해 생긴 문제였던 겁니다. 여기서 인터넷에서의 맹목적인 여성혐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여성들끼리 뭉쳐서 만들게 된 커뮤니티죠. 대표적인 여성주의 소설인 ‘이갈리아의 딸들’의 이갈리아를 합쳐 메갈리아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여혐에 맞서는 남혐, 즉 남성혐오로 많은 갈등을 만들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남성들이 하는 여성혐오를 그대로 돌려주겠다, 즉 ‘미러링’ 때문입니다. 김치녀에 맞선 씹치남, 삼일한에 맞서는 한남또, 그리고 게이 등 성소수자를 무차별적으로 아웃팅, 즉 강제 커밍아웃을 시키는 등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남패치, 오메가패치 등은 이 메갈리아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개념 없는 남성에 대한 혐오 및 무차별적 신상공개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캡처

90년대 드라마 사랑이뭐길래… 다시 보면 정말 깜…짝 놀라실겁니다 

 

Q) 이렇게 개인들에 대한 무차별한 신상 공개나 공격적인 대응들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일단 우리 사회가 그리 건강한 대화나 토론, 타협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문제일 겁니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90년대 최고 인기 드라마 중 하나였던 ‘사랑이 뭐길래 (참고 링크: http://bit.ly/2aVlFbR)’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 봐서는 말도 안되는 설정들, 예컨대 부인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막말을 쏟아붓는 가부장적 남편, 그리고 시부모의 눈치를 보며 몰래 숨어 눈물 흘리는 며느리, 누가 봐도 명확한 남아선호 성향 등, 2016년에 그렇게 했다가는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몰려 엄청난 비난을 받을 만한 설정들이 너무도 많은 거예요. 아, 이게 상식이었던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나이 많은 사람, 재산이 많은 사람, 더 많은 힘을 가진 사람, 특정 지역 사람, 성별로는 남자 등, 더 많은 권위와 발언권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수용해야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꽤 오랫동안 공고하게 유지되어 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꽤 오랜 동안 소수자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억눌려 왔습니다. 그게 조금씩 터져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아무리 오랫동안 억눌려왔다고 해도 과정에서 없는, 무고한 피해자들이 나올 있는 아닐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상식적인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에게 내면화시키지는 못한 상태라는 게 문제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분별한 분노의 표출, 공격성의 발현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되거나 아니면 더욱 더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봤었는데요. 미국의 사회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에서 90년대부터 최근까지 미국인들의 정치성향 변화를 추적한 겁니다. 90년대 당시만 해도 진보나 보수 어느 한 쪽의 이념을 명확하게 가진 사람들 보다는, 중간지대에서,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은 채로 남아있던 사람들이 월등히 많았는데요. 최근 조사 결과를 보니 진보와 보수,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지지 정파가 확연히 갈려버린 겁니다. 그런 경향이 시간에 따라 점차 심화되기도 했고요. 그러니 한 쪽에서는 진보의 끝인 샌더스를, 한 쪽에선 극우의 끝인 트럼프를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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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이렇게 갈라지는 중. 원본 링크는 여기에 (http://pewrsr.ch/1v23UXF)

 

Q)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는 건데요?

네. 특히 최근 미국에서는 경찰관의 과잉진압 등으로 인한 백인과 흑인의 갈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죠. 유럽에서는 주로 이슬람이나 아프리카계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그게 심지어 폭력적인 테러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상황은 아직 양반이죠. 여튼 이런 갈등의 증폭은 전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갈등이 정치적 갈등과 함께 사회 성원들간의 비난과 질시, 공격으로 비화되고 있는 겁니다.
저는 이 이유를, 굳이 만나서 대화하지 않아도 되었을 사람들이 너무 많이 만나게 되었다는 데서 찾습니다. 다시 말해,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가 대규모로 만나 소통하게 되면서, 이질적인 사람들 사이에 굳이 생기지 않아도 되었을 갈등이 생겼다는 겁니다. 물론 그만큼이나 굳이 안 만나도 되었을 사람들이 같은 생각으로 공고히 뭉치는 일도 생겨나게 됩니다. 인터넷 공간이 만든 강력한 구심력인 것이죠. 구심력이 강한 만큼, 나와 다른 것을 밀어내는 원심력도 커집니다. 아직 인류는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고 대화, 타협하며 공존해 가는 훈련이 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갈등과 아픔 끝에서야 공존의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일단 나 하나부터, 특히나 익명에 기대 누군가를 무분별하게 싫어하고 비판하는 것은 자제하려는 훈련을 해 가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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