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 ‘소셜’도 ‘멘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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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2014년 대한민국의 4월은 유독 더 잔인한 것 같다. 세월호 참사로 ‘멘붕’한 사람이 필자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한동안 한적했던 소셜 공간도 오랜만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트위터에서 세월호 침몰 후 1주일 동안(4월 16일~4월 22일)에 작성된 관련트윗이 670,944건, 리트윗이 576,998건으로 트윗이 하루 평균 95,849건 작성되었다. 일일트윗량이 가장 많았던 4월 17일에는 162,881건의 트윗이 올라왔다. 단일 이슈에 대한 트윗량으로는 2012년 대선 이후 최대치로,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으로 흥행 중일 때 기록한 일일트윗량에 육박하는 수치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였다. 친구공개 포스팅이 많은 페이스북의 특징 상 모든 포스팅을 분석할 수는 없으나, 동 기간 내에 작성된 페이스북 공개포스팅 680건을 놓고 봤을 때, 같은 기간 동안 최소 418,318건의 ‘좋아요’가, 56,708건의 ‘공유’가 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상의 이슈 확산 관계망의 중심에는 세월호 관련 소식을 전달하는 언론사 계정들이 있었다. 트위터에서 이슈 확산을 주도한 계정은 경향신문, SBS, MBC, YTN 순이었고, 페이스북에서는 SBS, 경향신문, JTBC 순으로 나타났다. 트위터에서는 6살 권지영 어린이 구조 관련 트윗이(RT 10,611회), 페이스북에서는 세월호 구조 상황을 독려하는 SBS8뉴스 페이스북 페이지의 포스팅이(공유 35,967건, 좋아요 114,317건, 댓글 5,625건)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유포와, 이에 따른 혼란상황도 확인된다. 그리고 그 근원지는 언론과 정부였다. 승선자 대부분이 구조되었다는 오보에서부터 시작해, 선체 진입 성공 오보, 야간 수색 관련 오보가 소셜 내 혼란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한 ‘분노’가 점증되고 있음이 의미망 분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16일 당일부터 19일까지는 주로 구조 상황에 대한 이야기나 구호물품 전달과 관련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었으나, 20일을 기점으로 ‘분노’ 키워드가 3,060건 이상, ‘항의’ 키워드가 1,501건 이상 언급되면서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분노의 대상은 대통령과 청와대, 총리, 장관, 정부 각 부처, 경기지사, 여당 정치인들, 선장, 승무원, 언론, 홍가혜, 일베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소셜공간은 잘못된 정보를 빠르게 걸러내는 자정능력, 즉 ‘소셜지능(social intelligence)’을 가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고밀도 관계망 속에는 전문정보나 경험을 풍부하게 갖춘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더라도 비교적 빠르게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 악성루머 때문에 냉면집을 폐업했다는 한 토론프로그램 전화출연자의 진술이 거짓임을 밝히는데 불과 3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은 소셜지능의 성공적인 발동 사례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건 전개 과정에서 소셜지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언론 등 정보제공의 주체들이 잘못된 정보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진위를 판별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소셜 이용자들은 정리된 해법이나 결론을 찾지 못한 채 깊은 ‘멘붕’의 수렁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원 구출할 수 있었던 생명들을 무력하게 꺼뜨려 버린, 그리고 믿음직하게 상황을 수습하는 책임감 있는 리더십이 실종된 21세기 한국 문명의 역량에 ‘멘붕’한 소셜 대중들은 이제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를 노란 리본의 물결로 물들여가고 있다. 그 물결이 오늘의 이 뼈아픈 ‘멘붕’을 딛고 우리 사회의 역량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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