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글로벌 진출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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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추석, 스마트폰 등장 이후 최초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연령대가 즐기는 모바일 게임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이었다. 애니팡은 거의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지인을 초대하거나 ‘하트’를 보내 게임 플레이 횟수를 추가시키는 등 카카오톡의 바이럴 루프를 적극 활용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기에 온 가족이 둘러앉는 추석 명절의 오프라인 바이럴 루프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국민 게임 애니팡 신화가 탄생했다.

2년 사이에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중심으로 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수많은 스타 게임과 회사를 만들어내는 신화의 장이 되었다. 애니팡에 이어 드래곤플라이트, 윈드러너, 쿠키런,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블레이드 등의 스타 게임들이 속속 등장했고, 제작사 및 퍼블리셔 중에는 게임 하나만으로 수백 억 대의 매출을 거둬 주식 시장에 상장해 대박이 나는 성공사례도 등장했다.

이번 추석에도 애니팡 같은 스타 게임이 등장할 수 있을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닐슨 코리안클릭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1월에 국내 사용자들은 월 평균 7.9개의 모바일 게임을 즐겼으나, 2014년 6월에는 5.9개로 감소했다. 감소 추세가 완연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경로로 구글플레이 직접 검색을 꼽는 경우가 66.3%, 카카오톡이 51%, 통신사 마켓이 21.7%, 애플 앱스토어가 18%였다. 실제로 구글플레이 마켓이나 앱스토어의 무료 앱 순위 상위를 점령하곤 했던 카카오톡 게임들이 최근에는 순위 상위에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압도적인 바이럴 파워를 가지고 있던 카카오톡의 위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증거다.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겠으나, 우선 카톡을 매개로 전파되는 게임 초대 메시지가 일종의 스팸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여기에 카톡 게임으로 출시되는 게임 수가 늘어나면서 바이럴 효과를 보는 것이 더욱 더 어려워졌다. 카톡게임이 출시되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많을 땐 수십 개의 게임이 한번에 쏟아진다. 이들 중에서 인기 게임으로 낙점되어 카톡 바이럴 루프상에서 스팸으로 간주되지 않고 인기를 얻기란 매우 어렵다.

그 사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는 게임회사들이 있다. 피쳐폰 시대부터 전통의 모바일게임 강자였던 게임빌, 그리고 게임빌이 인수한 컴투스다. 컴투스는 카카오톡 게임하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자체 게임 플랫폼인 ‘컴투스 하이브’를 구축했다. 여기서 컴투스와 게임빌이 개발하거나 퍼블리싱한 게임들을 서로 크로스마케팅 하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다. 컴투스는 매출의 약 68%가 해외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메신저인 라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는 쿠키런도 주목할 만하다. 쿠키런을 서비스하는 데브시스터즈는 일본과 대만은 물론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바이럴 루프를 타고 상반기에면 437억원의 매출에 239억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렇게 한 번 인기를 끈 게임들이 장기 집권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1년 째 매출 상위를 지키고 있는 쿠키런과 애니팡 시리즈는, 모바일 게임의 인기 주기가 짧다던 시장의 속설을 조금씩 깨 나가고 있다. 몬스터길들이기는 10년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의 모바일 게임 성공사례에서 주목할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카카오톡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플랫폼이나 다른 플랫폼을 통해 바이럴 루프를 만들었다는 점, 둘째로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매출을 발생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핀란드의 수퍼셀, 일본의 겅호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모바일 게임사들은 게임 하나만으로 하루에 50억, 1년에 2조를 벌어들인다. 그리고 전작의 성장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바이럴 루프를 만든다. 모바일 게임 시대의 서막을 연 2년 전 추석처럼, 이번 추석 연휴가 한국 발 글로벌 게임사의 시작을 연 시기로 기록될 수 있을까.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송고한 글 원문입니다. 기고문 링크는 아래에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71